[기획]제주 미래인재 육성-특성화고(2)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감은 취임 이후의 성과를 거론할 때마다 ‘고입 연합고사 폐지’를 우선순위에 두곤 한다. 그만큼 제주교육 정책으로서 고입 연합고사 폐지는 제주시내 일반계 고교로 진학하는 서귀포시 지역을 비롯해 도내 읍면지역 학생들의 숫자를 저감시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특성화고 입학 경쟁률 역시 덩달아 높아지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로써 고입 연합고사 폐지는 지역균형발전에도 일정 부분 기능하는 최고의 교육정책으로서 작용하면서 제주교육 지평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라 자평한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서귀포산과고 故 이민호군 사고 이후 실습현장의 안전 확보 문제를 비롯해 특성화고에 대한 우려 불식 등 교육감으로서 느끼는 아픔과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의 흔적 역시 아직껏 역력하다.

 이석문 교육감은 “말할 수 없이 아프긴 하지만 작업현장의 제도 개선, 안전과 관련해 사회시스템의 대전환 등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며 그 논의 결과물은 즉시즉시 현장에 작동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교육청 차원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안전교육과 함께 취업했을 때 요구하는 기능의 향상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 밝혔다. 우리 사회시스템이 부여하는 권한과 책임 안에서 ‘안전’이 제대로 갖춰지고 선순환되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성화고의 진로가 주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부 특성화고 진학 학생이 감소하고 취업률도 많이 저하되고 있다는데 사실입니까?

 과거와 달라진 현장실습 환경이 취업률 저하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현장 실습이 11월 이후에 이뤄져서 졸업 전 취업이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교육감께서는 현 단계의 특성화고 제도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실지 궁금합니다. 문제점은 무엇이고 과제는 어떻게 제시하실 수 있겠는지요?

 고졸 취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을뿐더러 특성화고가 성적에 밀려서 가는 학교로 인식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취임 후 특성화고를 꿈과 끼, 미래 진로에 따라 선택하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 등의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학과 개편 등을 추진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사회시스템과 직결되는 문제이긴 한데요. 사고 발생 이후에 교육 현장, 산업 현장에서 안전 문제는 많이 해소되고 있습니까?

 우선 안전과 교육이 담보되지 않은 업체에서는 현장실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청만의 노력으로 안전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노동 현장의 안전은 전 사회적 문제입니다. 모든 국민은 안전한 노동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가 중심이 돼 근로감독관을 확충하면서 노동 현장의 안전을 근본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성화고와 관련해서 앞으로 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그리고 교육청에서 더 힘써야 할 부분은 어떤 점들인지 궁금합니다.

 취임 후 지금까지 도청, 의회, 공공기관, 기업 등과 충실히 협력하면서 특성화고 졸업생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노력했습니다. 이에 따라 도청 및 도 산하기관, 공기업 등에서 특성화고 졸업생을 채용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능력중심사회’를 정착시키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노력에 맞춰 지역에서도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능력을 잘 펼칠 수 있는 진로의 기반을 잘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특성화고와 재학생들을 위한 교육청의 정책적 배려라든지 지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워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교육청 차원에서 특성화고 졸업생들을 정기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활발히 연계해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 중에 있습니다. 지자체, 공공기관, 지역 기업체들과 긴밀한 취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고졸취업 지원 업무협약을 늘리고 취업담당관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계속 발굴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학교 협동조합’을 통해 다양한 일자리 확충의 기반을 조성하려 합니다.

 특성화고가 갖고 있는 특성과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특성화고에 진학하려고 준비하는 중학생들의 앳된 표정을 만날 때마다 오버랩되는 영상 속의 故 이민호 군의 모습은 아직 여전한 특성화고 실습현장의 문제를 각인시키면서 되짚게 한다.

 제주교육청장으로 치러진 이 군의 영결식장을 울렸던 이석문 교육감의 조사를 반추하게 만든다. “미안하다. 어른들의 왜곡된 욕망과 이기심이 꽃다운 삶을 저물게 했다. 육중한 쇳덩어리에 눌려 고통을 호소할 때조차 어른들은 한 줌의 온기 어린 손길을 건네지 못했다 …… 사력을 다해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펼쳐 보이겠다. 하늘에서 우리의 노력을 지켜봐 달라”던.

 학생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제도 개선은 아직 요원하다는 여론이다. 청소년들의 노동인권 보장 역시 제대로된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아직 완벽하지 못한 실습 현장의 안전 문제가 모두 해소되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특성화고의 존재 가치와 위상, 성장 가능성도 함께 온전해질 것이다.

 ※ 이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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