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청소년에게 ‘가만히 있으라’ 하지 마세요!”
“우리 청소년에게 ‘가만히 있으라’ 하지 마세요!”
  • 안창흡 기자
  • 승인 2019.06.06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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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우리도제주도’ 청소년 모임 출범 기자회견
“제2공항, 비자림로 확장, 동물테마파크 등 반대”
원희룡 지사 면담요구, 불응 시 1인시위 등 돌입

 6월 6일 현충일, 오전 11시에 도청 정문 앞에서는 제주 청소년들의 의미심장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제주도의 현안으로 떠올라 있는 제2공항, 비자림로 확장 공사, 동물테마파크 건설 등 난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청소년들의 움직임이다.

 이름하여 ‘제주 미래는 제주 청소년들에게 물어라! 제2공항 거부! 우리도제주도 기자회견’이다. 이들은 ‘우리가 제주도민이다! 우리가 제주도다! 우리가 지킨다!’는 피켓을 앞세워서 ‘우리가 살아갈 미래’, ‘우리도 말할 수 있다 STOP 환경파괴’, ‘제2공항 거부합니다’, ‘STOP 제2공항 제주파괴’, ‘우리는 오늘 침묵을 깨버립니다’, ‘나는 제2공항 원한 적 없다’는 등 청소년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한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기자들 앞에 섰다.

 기자회견문 낭독에 앞서 김주희(탐라중학교), 이도경, 이건웅(이상 표선고등학교) 등 세 명의 학생이 발언에 나섰다.

 첫 발표자인 탐라중학교 3학년 김주희 양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땅인 제주에 살고 있어서 굉장히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아니 행복한 일이었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운을 떼었다.

 김주희 양은 “요즘엔 무섭기만하다”고 말했다. “미래엔 제주가 더 이상 제주로서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교과서에도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는 자연 환경을 아름답게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고 있자면 우리 제주의 환경은 지켜지기는커녕, 비자림로는 베어지고 있고, 제2공항이 들어선다고 한다. 바다는 쓰레기로 뒤덮여 가고, 시외로 나가면 짓다만 건물들이 방치되어 있다. 변화는 좋지만, 매년 찾아오는 누군가는 올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그런다. 발전이 아닌, 변질 중인 것 같다고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청정 제주’는 옛말이 되어버렸고, 지하수는 위험수준으로 측정될 만큼 오염됐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김 양은 기자회견을 열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가치를 잃은 제주는, 아무리 크고 편리한 건물이 있어도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계속해서 아름다운 제주에 살고 싶다고 외치기 위해. 더 이상의 난개발을 멈추라고 외치기 위해. 한 번 훼손한 자연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고, 후폭풍은 모두 우리 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것을 알기에.우리 청소년들이 공부만 하며 가만히 있다가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이미 제주는 없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모일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희 양의 바람은 “우리는 계속해서 이 땅에서 생존을 하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것, 제주는 앞으로도 수많은 생명체의 삶의 터전이 되는 것, 제가 어른이 되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자랄 때까지도 제주가 제주로서의 가치를 지닌 땅이길” 기원했다.“소수의 욕심으로, 잘못된 판단으로 무너져 내리는 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두 번째 연사 표선고등학교 1학년 이도경 군은 제2공항이 건설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첫째, 제주 제2공항은 그 지역사람들의 생활을 악화시킨다. 일단 성산읍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살 곳을 잃는다”고 단언했다.

 이도경 군은 “땅이나 다른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평범한 벌이로 생활하는 사람들이나 빈약한 벌이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타격이 된다”며 “아무리 지자체에서 보장을 해준다고 하지만 이미 각광을 받을 대로 받아 폭등해버린 제주도의 땅값과 집값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 군은 “제2공항이 생긴다면 상대적으로 각광을 덜 받는 표선 등의 지역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고, 그로 인해 경쟁력이 있는 유명 브랜드의 가게들이 입성하고, 결국 그 지역의 골목상권을 죽이는 일이 될 것”이라며 “저희 집이 자영업을 하는데,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된다면 자연히 따라 들어오게 될 유력한 프랜차이즈들과 가게 임대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군은 둘째로 제주도의 환경을 파괴한다는 점을 들었다. “제주 제2공항을 지으려면 성산읍 일대의 오름을 절삭해야 하는데 오름뿐이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오름만이 아니라 그 일대에 있던 자연물도 밀어버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2공항에서 북쪽으로 7.5㎞ 거리에 있는 하도 철새도래지 철새들이 떠나 황폐화될 것이고, 표선 해비치해변의 넘쳐나는 쓰레기 문제처럼 쓰레기 포화 현상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셋째는 제주도만의 고유한 매력을 잃게 되는 점을 들었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여느 육지 도시와 다를 바 없는 섬이 되어버린다”는 걱정이다.

 이도경 군은 넷째로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를 들었다. “(땅값은) 지금도 폭등하는 추세인데 더욱 오른다면 제주도에 땅을 소유하는 사람들은 쾌재를 부르며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나 제주도에 땅도 없고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라는 의문이다.

 “부자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빈곤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제주 제2공항은 부자들을 위한 사업입니까? 도민 모두를 위한 사업입니까?”라고 질문하면서 “원희룡 도지사는 도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우리 제주도를 망치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도경 군은 “저는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며, 제주도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광객의 수를 어느 정도 제한하던가 해야지 절대로 제주 제2공항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 번째 연사로 나선 표선고등학교 1학년 이건웅 군은 “제주의 하수처리문제, 지하수 고갈 문제, 비자림로 확장 공사, 제2공항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많은 학생들이 알지 못하고 공부에만 집중하며 사회에 관심을 가질 시간조차 없어서, 그런 문제들을 많이 알리기 위해서”라고 발언 이유를 설명했다.

 이건웅 군은 “지구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동식물들, 즉 자연이라 생각한다”며 지구 환경파괴는 사람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군은 “저는 더 이상 과거를 탓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 또 어른들에게만 믿고 맡기지 않겠다. ‘어른들만 믿고 공부나 해라’, ‘가만히 있으라’ 언제까지 이런 소리나 들으며 살아야 하는가? 더 이상 이런 소리나 들으며 살 수는 없다. 이 사회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이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묻지 않는가? 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웅 군은 “솔직히 말하면 (제주의 환경파괴와 그 복원은) 이미 늦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말 급하다. 하루하루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산소마스크를 끼고 다니고 공기를 마트에서 사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장면들은 이제 현실이 되고 미래가 되어가고 있다. 또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군은 “하지만 우리는 그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한 명의 목소리는 너무 작고 바꿀 능력이 없다. 하지만 그 작은 목소리들이 하나하나 모이면 결국은 큰 목소리가 될 것이고, 이 큰 목소리로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피력했다.

 이건웅 군은 “우리는 모두 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학교에 다니든 다니지 않든, 학생이든 아니든, 나이가 몇이든, 성별이 무엇이든, 국적이 어디든지 그게 무슨 상관인가” 반문하면서 “오직 ‘환경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그게 누구든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건웅 군은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오직 우리들만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렇기에 제주에는 제2공항이 들어서면 안되며,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중단되어야 하고 동물테마파크 또한 지어지면 안된다”며 발언을 마쳤다.

 세 학생이 발언을 마치자 “우리는 이제 말할 것이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모두 함께 마스크를 벗겠다”라며 기자회견에 동참한 18명의 제주 청소년들은 끼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기자회견문을 나눠 낭독했다.

 제주청소년 모임 ‘우리도제주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제주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제주도를 신경 쓸 이들이 없다는 생각에, 우리가 앞으로 제주에서 살아갈 사람들이란 생각에 6월 6일, 제주를 지키는 마음으로 뭉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 소개부터 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전문] '우리도 제주도' 청소년 모임 결성 기자회견문

 우리가 살아 갈 제주의 미래를 어른들의 손에만 맡기지 않겠습니다.

 제주 제2공항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제주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신경 쓰지 않으면 제주도를 신경 쓸 이들이 없다는 생각에, 우리가 앞으로 제주에서 살아갈 사람들이란 생각에 6월 6일 제주를 지키는 마음으로 뭉쳐서 목소리를 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 제주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제주에만 있는 오름을 망가뜨리는 걸, 관광객이 난장판 치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제주에 절대 득이 되지 않고,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들어오면 제주 공동체가 깨진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들어 와 여러 문제들이 생겼는데 사람을 더 들이겠다는 것은, 제주도를 콩나물시루처럼 만들겠다는 말인 걸 알고 있습니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제주의 작은 허파를 절개해 아스팔트로 채우는 끔찍한 사업인 걸 알고 있습니다. 제주 곳곳이 개발되면 우리가 기억하는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도, 우리가 돈을 벌어서 집을 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주의 환경이 미래에 우리의 자원이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른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 미래에 살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받을지 고민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교육청이나 선생님들이 이 모든 것들을 우리 학생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어른들의 잘못된 결정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치우는 게 결국 우리의 몫인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모른다고 어린애 취급하며 무시하고 우습게 볼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제주 환경을 지키는 청소년 모임 '우리도제주도(우주모임)' 결성을 선포합니다. ‘우리도제주도’는 오늘부터 제2공항과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거부하고, 제주 전역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숨죽이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모아 아래와 같이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1. 원희룡 도지사님에게 제2공항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면담을 공개 신청합니다. 만약 면담이 거부되거나 6월 14일까지 성사되지 않을 시, 등교거부를 할 예정입니다.

 2. 각자 소속된 학교 안에서 피케팅을 할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공부나 하라고 말씀하시니, 우리가 직접 제주의 현실을 알리겠습니다.

 3. 청소년 토크콘서트를 열고 우리의 방식으로 문제의식을 확산하겠습니다.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6월 9일(일) 오후 2시 / 제주시 중앙로 77 지하 ‘관심사’

 4. 6월 10일부터 환경 파괴 반대 청소년 서명운동으로 목소리를 모아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제주도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나섰습니다. 우리는 어른들이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이 써준 글을 읽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갈 제주를 지키고 싶은 청소년입니다. 어른들은, 부디 우리의 소리를 어린아이 억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번이라도 곱씹어 생각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청소년들은, 절대 가만히 앉아서 노예가 되지 말고 행동합시다. 모두들, 우리와 함께 제2공항을 반대하고 제주의 환경을 지켜가기를 바랍니다.

 2019년 6월 6일 제주를 지키는 날

 ‘우리도제주도’ 일동

 ‘우리도제주도’ 청소년 모임은 도내 중·고등학교 재학생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현재 회원인 이들은 강유나, 이건웅, 강미선, 김노을, 김주희, 김태인, 권용우, 박준희, 김소희, 이도경, 김준철, 한준, 김예지, 정희수, 김지한, 고명현, 박해온, 고주현 학생 등이고 이들의 소속 학교는 표선고등학교와 남주고등학교, 오현고등학교, 탐라중학교, 제주여자중학교 등 5개 중고등학교.

 그동안 세월호 추모 집회 등에서 만난 인연을 시작으로 제주 환경 문제 등 현안에 공감하며 현재에까지 이르면서 ‘우리도제주도’ 모임 결성까지 하게 되었다. 현재 회원 수는 18명. 앞으로 제2공항 문제, 비자림로 확장공사 등 각종 난개발과 제주 환경 파괴 문제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의 참여를 이끌어 제주의 미래인 모든 청소년들의 동참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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