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제주포럼, “적대국간의 정치적 대화와 협력”

 제14회 제주포럼 이틀째인 5월 30일, ‘아시아의 회복탄력적 평화를 향하여: 협력과 통합’이라는 대주제 하에 세계지도자 세션이 개최되었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하인츠 피셔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말콤 턴불 전 호주 총리 등이 발표를 했다.

 하인츠 피셔는 유럽의 경험을 참조하면서 아시아에서 회복탄력적 평화를 성취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피셔는 유럽에서 EU로 대표되는 평화공동체를 성취할 수 있었던 비결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 적대국간의 대화와 협력, 둘째, 국가들간에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 셋째, 국제조약을 통한 제도화가 각각 그것이다.      

 피셔는 나폴레옹 전쟁 후 붕괴된 유럽의 국제질서를 재건한 비엔나 체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창설된 UN, 역사적으로 많은 전쟁을 치른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되어 창설한 EU는 모두 적대국간의 정치적 대화와 협력이 가능했기 때문에 비로소 성취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의 교전국은 마샬플랜을 통해서 유럽의 재건이라는 목표와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다.

 끝으로 유럽에서는 적대국간의 정치적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도달한 성과를 꾸준히 제도화시키는 노력을 경주했다. 1949년에 창설한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1973년 창설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NATO, EU 등을 좋은 사례로 꼽았다. 

 현재 아시아는 전쟁의 기억, 역사청산논쟁, 민족감정 등을 이유로 국가간의 적대적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 있고, 그에 따라 적대국 간의 정치적 대화와 협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전쟁으로 전철된 역사의 기억과 감정이 있었지만 유럽의 회복탄력적 평화를 위해서 극복했다. 아시아에서도 유럽의 경험을 참조할 경우 충분히 회복탄력적 평화를 성취할 수 있다고 본다. 

 하토야마 유키오는 국가간의 ‘우애(友愛)’ 개념에 기초해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일본이 과거에 침략했던 국가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성실하게 보상하는 노력을 경주할 경우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실현을 위해서는 북핵문제의 주요 당사국은 북한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말콤 턴불은 아시아의 회복탄력적 평화를 성취할 수 있는 방안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전략을 충실하게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트럼프는 강한 경제제재를 통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데, 턴불 역시 트럼프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턴불이 그런 입장을 취하는 까닭은 과거 미국과 소련이 합의해서 쿠바의 핵미사일을 제거할 경우, 미국이 쿠바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고, 지금까지 그 약속이 충실하게 이행됨으로써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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