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비자림로 확장은 동부지역 난개발 신호탄"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꼽히는 비자림로 삼나무숲을 베어내면서까지 무리한 도로 확장공사를 시행하면서 반환경적 도로개발이라는 전국적 비판이 일자 일시 중단됐던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3월 20일부터 재개한다는 제주도의 입장 발표에 제주 시민사회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김민선·문상빈)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전히 많은 문제와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강행돼 우려를 낳고 있다”며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장공사 강행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공개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말 그대로 행정의 일방통행으로 공사를 강행하려는 것”이라며 “비자림로 확장계획은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강행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의 주장대로 비자림로의 도로 확장이 시급하다는 논리라면 비자림로 전구간은 물론이고, 제주도내 대부분의 2차로는 당장 4차로 이상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설령 교통량이 증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은 도로확장 정책이 아니라 대중교통 활성화 등 교통량을 조절하기 위한 수요관리 정책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더욱이 이 구간은 경관보전지구 2등급지역이고, 제주국립공원 예정지인 곳”이라며 “제주도 스스로 제주의 가치를 높이겠다면서 추진한 제주국립공원 확대사업은 대통령 공약으로까지 정해진 상태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제주의 가치 보전은 내팽개치고 토건사업에만 달려드는 형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공사 전에 환경부와 협의를 거치는 것이 맞지만 제주도는 이마저도 무시하고 확장공사를 강행하려 한다”고 힐난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원희룡 지사는 도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삼나무의 꽃가루 피해 등을 거론하며 도로확장의 당위성을 언급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것은 논리 모순일 뿐만 아니라 도로확장 필요성의 본질을 심각히 왜곡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삼나무의 가치 유무와 도로 확장의 타당성은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설령, 삼나무의 피해 때문에 잘라내야 한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 도로를 확장해야 하는 것은 별도의 타당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특히 이들은 “이번 공사의 필요성은 상당부분 근거가 없는 상황이고, 되려 도로확장에 따른 부작용이 걱정되는 상황”이라 진단하고 “굳이 현재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면 도로확장보다는 현재 차선에서 도로 폭을 늘리는 정도로 교통흐름을 개선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라고 제언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가 진정 아름다운 경관도로를 조성하고 싶다면 무리하게 해당구간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오름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대책과 관리방안 그리고 경관보전을 위한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며 “부디 청정과 공존이라는 도정 구호에 맞는 행정행위를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왕복 2차로인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대천~송당) 약 2.94㎞ 구간을 왕복 4차로로 넓히기 위한 것으로 공사 과정에서 삼나무 915그루(벌채계획 2160그루)가 잘려나가면서 전국적으로 논란이 됐다.

 이에 제주자치도는 착공 두 달여 만인 지난해 8월 8일 공사를 중단했으나 지역주민 의견과 전문가 자문위원회 자문을 수렴해 공사 재개 방침을 확정해 18일 발표했다.

 제주자치도는 전체 공사구간을 3개 구간으로 나눠 기존 4만3467㎡였던 벌채 면적을 2만1050㎡로 약 51.6% 줄이는 한편, 잣성 추정 돌담도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도는 오는 20일부터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지만 시민단체와 반대 시민들과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이어서 원만한 공사 진척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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