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도, 쓰레기 수출 사태 책임져야"

“과잉관광과 과잉개발 중심의 도정 정책이 야기한 참사, 정책방향 전면 수정해야”

▲ 생활쓰레기더미가 야적된 현장. 자료사진.
▲ 생활쓰레기더미가 야적된 현장. 자료사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국제적 망신을 산 ‘대한민국산 쓰레기 수출’의 출처 일부가 제주산임이 드러났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김민선·문상빈)은 13일 낸 성명서를 통해 “제주에서 생산된 쓰레기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사실이 밝혀졌다”며 “제주도는 분명한 사과와 책임,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하루 전날 <MBC PD수첩>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필리핀에서 우리나라로 반송된 생활쓰레기 6400톤 가운데 1200톤이 제주에서 생산된 압축쓰레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한국이 재활용이 불가능한 생활쓰레기를 국제협약까지 위반해가며 필리핀에 6300톤을 수출해 국가적 망신을 초래하고 이중 1200톤이 반송되는 등 큰 파장을 불러왔던 사태의 전모가 MBC 피디수첩의 폭로로 밝혀졌다”며 “이들 쓰레기는 제주도에서 생산된 압축쓰레기이며 심지어 제주항을 통해 필리핀 세부로 보내졌다가 문제가 되어 반송조치 당한 것을 또 필리핀 민다나오섬으로 보냈고, 이중 1200톤이 반송조치 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사태의 문제는 단순히 필리핀에 불법적으로 생활쓰레기가 수출되었다는 것에 있지 않다”며 “이런 사실을 행정에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하고 방치하고 심지어 침묵해 왔다는 사실이다. 현재 제주시는 소각장 용량보다 많은 생활쓰레기가 발생함에 따라 일부를 압축쓰레기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시는 이 압축쓰레기를 외부로 반출해 일부를 처리해 왔는데 이번 폭로가 있기 전까지는 발전소나 시멘트 소성로에 보조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반출한다고 알려왔다”며 “하지만 이번 폭로 내용을 보면 사실상 중간처리업체가 알아서 하게끔 맡기는 시스템이었으며 심지어 업체가 동남아시아로 수출할 것이라는 사실을 계획서에 버젓이 적시했음에도 이를 말리거나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필리핀으로 문제의 쓰레기가 반출되었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이 쓰레기가 제주도의 압축쓰레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책임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필리핀으로 간 쓰레기의 양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방치되고 있으며, 심지어 군산항 물류창고에는 8천여톤이 넘는 압축쓰레기가 수출을 명목으로 2년간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제주도의 쓰레기 문제가 도내를 넘어 국내외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며 “물론 중간처리업체의 비양심적인 행태로 말미암아 발생한 사태이지만 결국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제주도에 있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최종 관리와 감독의 역할이 제주도에 있고 처리에 대한 허가를 행정이 내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주도는 즉시 이번 사태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도민과 국민, 필리핀 정부에 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발생시킨 업체에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부실한 행정행위에 대해서도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사태의 중요한 원인은 결국 인구와 관광객의 양적 증가에만 매달려온 제주도의 관광개발 중심의 정책추진에 있다”며 “과잉개발과 과잉관광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인구와 관광객을 제주도의 환경기초시설이 감당할 수 없음에도 이에 대한 수용력을 고려하고 검토하지 않고 무작정 대규모 관광개발을 밀어붙인 제주도의 잘못된 행정이 일을 키운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주도는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을 허가하거나 허가절차를 추진 중이며, 이를 부추기는 제2공항과 신항만 개발계획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과잉관광과 과잉개발에 따른 부작용이 분명히 드러났지만 제주도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위험한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따라서 제주도는 생활환경과 환경기초시설의 수용력을 조사하고 검토하여 환경수용력을 원점에서부터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검토와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대규모 관광개발사업과 제2공항 기본계획 등은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또한 필요한 환경기초시설의 수요와 현대화를 즉시 추진하고, 읍면에 미실시 중인 음식물쓰레기종량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며 “압축쓰레기에 대한 사업전반을 점검해 압축쓰레기를 제주도에서만 처리할 수 있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추경을 통해 즉각 확보하고 부족하다면 도로개발 예산 등을 조정해서라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또한 쓰레기 감량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1회용품 사용제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원희룡 지사는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플라스틱 1회용품 사용 제한을 위해 제주도특별법을 개정해 환경부의 일부 권한을 이양해 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따라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즉각적인 법률적 검토와 제주도특별법 개정을 위한 제주지역 국회의원과의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법률개정 이전에도 플라스틱 1회용컵이나 쇼핑봉투 등을 제한하기 위한 자발적 노력과 계도 및 단속활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의 쓰레기 문제가 이미 제주도를 넘어서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한국과 해외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가 적극적인 대응과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욱 꼬여갈 수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덧붙여 “부디 제주도가 도민들을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사과와 책임, 그에 따른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그동안 제주시는 소각량보다 많은 생활쓰레기가 발생하면서 압축쓰레기를 제작해 회천매립장에 보관, 일부는 발전소 등의 연료 용도로 외부로 반출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사실상 중간처리업체가 자체적으로 이를 반출·활용하는 구조였던 데다 해당 업체가 압축쓰레기를 동남아시아로 수출할 것이라는 사실을 계획서에서 적시했음에도 제주시는 이를 제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어 문제는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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