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제주영리병원, 공공병원 전환 대안 마련 위한 토론회 개최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대로 이행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
복지부는 사업계획서 승인철회, 국토부는 헬스타운 사업철회로 책임
3월4일 개원허가만료 전 정부가 확실한 방침 내 더 큰 분란 막아야

 의료 공공성 체계를 뒤흔드는 제주 영리병원 사태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긴급 토론회가 국회에서 개최됐다.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영리병원지지 범국본)는 지난 19일 오후 2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윤소하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공동주최로 ‘제주 영리병원 철회와 공공병원 전환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범국민적 반대에도 지난 10여년에 걸쳐 도입을 시도해온 제주 영리병원에 대한 문제점을 다시금 점검하는 것은 물론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의한 전격적인 영리병원 허가사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

 토론회 공동주최자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영리병원의 길을 터주면 다른 병원들도 서로 들고 나올 것이다.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또 “우리 국민의 건강권, 그중에서도 사회약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공공병원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영리병원 반대를 약속했다”면서 영리병원 도입의 원천적 차단을 위해 정의당이 노동․시민․사회와 함께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의 나순자 위원장은 “영리병원은 지난해 12월 5일에 이미 무덤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원희룡 도지사가 살려 놓았다”고 강하게 성토하는 한편,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가압류되어 있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해서는 “흉물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병원을 만들고자 투쟁하고 있다. 송도에서 영리병원이 좌절되었듯이 제주 영리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면 다시는 영리병원이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며 보건의료노조 영리병원 저지투쟁의 의의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보건의료노조는 제주 영리병원 저지와 공공병원 전환을 위해 나순자 위원장의 삭발과 함께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9일째 이어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의 최준식 위원장도 지난 10여년 간 보수정권에서 이루어진 공공재의 시장화를 지적하며 제주 영리병원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최준식 위원장은 지난해 발생한 ‘KTX 열차 탈선과 고양 저유소 화재사고, 태안 화력발전소의 노동자 사망사건’을 공공영역의 시장화로 발생한 사례로 들며 문재인 정부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진정성을 묻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문재인 케어, 공공의료 종합발전 대책과 제주 영리병원은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 제주 영리병원을 철회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성격을 보여줄 것”이라며 노동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투쟁을 주문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제주 영리병원이 도입되기까지 역사적 과정에서의 문제를 짚으면서 외국인전용 ‘조건부 허가’에 따른 녹지국제병원의 행정소송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이하 공론조사위)에 참여했던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특히 국토교통부와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책임을 새롭게 거론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녹지국제병원 측은 병원 개설을 위한 공론조사 시작 전에 이미 제주 헬스케어타운 사업시행자인 JDC에 병원을 인수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녹지국제병원이 병원을 운영할 의사가 없음을 이미 밝혔고, 국토부는 (이 같은 사실을) 묵인했거나 JDC가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제주 영리병원 사태에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영리병원 허가를 내어준 원희룡 도지사의 책임과 함께 박근혜 정부 당시 복지부 의 사업계획서 승인, 문재인 정부의 외국인 전용 유권해석, 국토부의 무리한 사업시행 등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었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결국 제주도민의 뜻인 공론조사위의 결론대로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 공론조사위는 영리병원 불허와 함께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하라는 권고결정으로 내린 바 있다.

 이어 제주 영리병원의 공공적 전환의 방향에 대한 발제를 맡은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녹지국제병원이 자진해서 병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각종 운영비와 부대비용을 포함한 배상까지 요구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했다. 또 “제주도는 녹지병원이 개원하지 않으면 청문절차로 가겠다고 하지만, 결국 손해배상청구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소송에서 패하면 그야말로 영리병원이 확정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제주도는 어떻게든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의료체계의 공공성이 훼손되는 위기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나영명 기획실장 역시 공론조사위의 결과를 수용하는 것만이 이 사태의 해결방법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또 나영명 실장은 보건복지부가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여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만큼 의료취약지인 서귀포 지역을 책임지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방향이 정해지기만 하면 노인질환센터는 물론, 보훈병원 및 요양원, 4.3항쟁 트라우마센터 등으로의 건립 등 주민에게 꼭 필요한 공공의료기관으로 전환할 이유가 충분하며 현재의 시설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도 밝혔다.

 나 실장은 또, 사업포기 의사를 밝힌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면 손해배상 문제는 물론 외교문제의 발생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위해 정부와 제주도가 긴급 정책협의에 나서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영명 기획실장은 정부와 제주도가 함께 책임지는 형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와 제주도가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며 책임을 미루고 싸우는 대신, 국민을 위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영리병원 사태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영명 기획실장은 이를 위해서라도 정부와 제주도가 병원 개설시한 만료전인 3월 4일 전에 긴급회동을 열어 국민이 바라는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박석운 영리병원저지 범국본 상임대표는 “행정소송이 법원에 의해 인용된다면 공공의료의 재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주도가 많이 잘못했지만 국회가 상대적으로 책임 문제에서 가벼울 수 있으므로 국회가 나서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즉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 복건복지위)이 대표 발의한 ‘제주영리병원 내국인 의료행위 제한․의료영리화 방지법’을 시급히 처리하여 돌파구를 여는 것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나서서 당정청 회동과 같은 의지를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토론자로 나선 참여연대의 이찬진 변호사는 법률적인 부분을 짚었다. 이찬진 변호사는 “법은 외국의료기관이 내국인을 상대로 진료할 수 있도록 열어놓고 있다”며“현재 제주특별법은 외국인, 내국인 진료를 같이 상정하고 있어 법률을 무조건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리병원을 전면으로 금지하는 법 개정은 잘 안 될 수도 있으니, 현재 발의되어 있는 외국인 전용으로만 개설할 수 있는 법안부터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우선 제주도의 퇴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다음 수순으로 공공병원 전환 논의가 가능하도록 해법을 찾자는 조언이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은 “현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 계획이 없다.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법조항을 개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다만 녹지국제병원에 대해서는 소급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조원준 전문위원은 “트라우마차유센터 등 노조가 제안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공공적 전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 다만, 법률적인 문제 등이 결정되지 않는 현재 시점에서 결론을 말씀 드릴 수 없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와 제주도간 정책협의 제안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향후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모두 마련해야 한다.”며 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도에서 토론을 위해 상경한 홍영철 영리병원 철회 제주도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제주 영리병원을 국토부 소속 JDC의 총체적인 실책으로 규정하고, “제주도는 영리병원의 성지가 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히며 제주 주민이 느끼는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또 “3월 4일 이전에 정부와 제주도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하루 속히 정부가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제주도를 비롯한 정부의 공공병원 전환과 같은 방침이 먼저 마련되어야 3월 4일로 예정된 개원시한 만료 뒤에 찾아 올 분란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토론에 나선 장호종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거론했다. 영리병원 문제만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규제완화 정책을 다시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역주행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JDC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 정부와 논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책임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범국본이 재가동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역주행 때문이었다.”며 “3월 4일 개원시한 만료 전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 범국본에서 영리병원 계획을 완전히 좌절시키고 그 다음으로 공공병원을 논의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오성일 서기관은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성일 서기관은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우려를 깊이 이해하고 있고, 영리병원이 확대되었을 때의 의료비 상승 문제와 건강보험체계 문제, 계층간 불균형 문제 등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복지부 입장에서는 기존의 행정에 대한 신뢰 문제도 있다.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법적으로도 복지부는 사전 승인권자이고 개설 허가권자는 제주에 있다”는 정부 입장을 밝혔다.

 또 사업계획서 승인 문제에 대해서도 “사업자로서 적격했다고 판단했고, 국내 보건의료체계 영향이나 응급체계에서 위법하다 볼 수 없었다. 제주특별법은 제주도 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가 법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며 정부책임론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 이후 국회 질의에서 복지부가 밝혔던 “제주도에 국한해 발생한 특수한 경우로 더 이상 영리병원을 확대하지 않을 예정이다. 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김광수 의원이 최근에 발의한 법안은 조건부 허가의 적법성을 고려해서 내국인 진료 제한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라는 입장과 함께 제주도와 협의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가 답변할 사안은 아니다. 복지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 제안 내용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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