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마다 평행선 달린 대화, ‘입장 차 확인’

 원희룡 지사는 11일 오후 2시 '제2공항 반대, 원희룡 지사 공개면담'을 요구하며 24일째 도청 앞 천막에서 단식 농성 중인 김경배씨와 반대측 주민 등과 도지사 집무실에서 1시간 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도청 앞에서 24일째 단식농성 중인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가 그의 요구대로 원희룡 지사와의 공개 면담 자리를 어렵게 이뤄냈으나 막상 대화자리는 평행선을 그으면서 "입장차 확인'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공개면담 자리에는 도청 측에서 안동우 정무부지사와 강영돈 전 공항확충지원단장, 김승철 소통정책관, 현학수 현 공항확충지원단장 등이 참석했고 반대측에서는 김경배 씨의 대리인 역할을 맡은 김순애씨와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김형주 공동대표, 윤경미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촬영 담당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도의회 홍명환 의원과 고은실 의원이 함께 참관해 눈길을 끌었다.

 수십명 기자가 함께해 공개적으로 진행된 면담에서 김경배씨는 원희룡 지사에게 “제주도가 국토부에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용역 재검증 검토위원회 운영 연장과,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 중단을 요청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이번 주 중에 국토부의 의견을 듣고 조만간 종합적인 판단을 거친 후에 제주도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응답하면서 뚜렷한 결론 없이 입장 차만 확인하는 자리로 1시간 가량 이어진 면담이 마쳐졌다.

 김경배씨는 지난 2017년 11월에 제주도와 성산읍 반대위 사이에 이뤄진 합의의 3번 문항을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 3번 문항에 의하면, 재검토 용역은 기본계획수립용역 발주 여부를 결정하는 구속력을 갖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국토부의 일방적인 선언으로 인해 검토위원회가 종료되었기 때문에 아직 재검토가 제대로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기본계획수립용역 발주도 부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러한 주장에 원희룡 지사는 “아직 검토위원회와 관련한 국토부의 의견을 전해듣지 못했다”고 피해가며 “이번주 중에 국토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그동안 반대측 검토위원들의 주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조만간 결론을 내어 제주도의 입장을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배씨는 “그동안 9차례나 이어진 검토위원회의 회의 자리에 제주도 관계자가 배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듣지 못했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자 이에 대해서 강경돈 전 공항확충지원단장이 나서서 “실무자들이 배석 차원에서 회의에 참석했던 것은 맞지만 회의 내용을 정리하거나 보고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단순히 장소섭외 등 협의를 위해 보조해준 정도여서 회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제주도 관계자가 회의에도 들어가지 못했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잘못됐던 부분은 정정하겠다”면서도 “검토위원회 회의 내용에 대해 보고받은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경배씨는 지사가 보고받지 않았다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며 검토위원회 운영 연장과 국토부가 시행 중인 기본계획 수립 중단 건의를 재차 요구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현재 국토부에 정확한 관련 자료와 그동안의 결과와 진행 상황 등에 대해 우리 도에도 설명해줄 것을 요청해 놓고 있어서 그 답변을 이번 주 안에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안다. 가급적 모든 진척 상황에 대해 도민들에게 설명해 줄 것도 함께 요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경배씨는 국토부 결과 발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반대위측 검토위 위원들의 입장을 전하며 “국토부의 의견만 들을 게 아니라 제주도의 입장을 밝히기 전에 반대위측 검토위원들과도 만난 뒤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 따졌다.

 원희룡 지사는 “반대위측 입장은 그동안 발표된 문건이라든지 검토위원들의 발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충분하게 모두 듣고 있다”며 “그동안의 경위라든지 정확한 상황에 대해 아직껏 국토부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 그래서 그것까지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라 답변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의 검토위원회 종료는 저희로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2개월) 연장되지 않은 것도 의외였다”면서 “저희 나름대로 (국토부를 대상으로) 더 확인할 것들이 있다”면서 “반대측 의견은 어땠는지, 또 연장 여부를 둘러싼 회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산읍반대대책위 김형주 공동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반대위와 국토부 사이에서 중재할 사람은 지사님 밖에 없었는데, 수수방관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정확한 판단을 해서 미흡한 점이 있다면 반대위에도 요청을 하고 서로 만나 충분히 검토하고, 어떻게 하면 원만히 진행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갈등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원 지사의 중재자 역할을 당부했다.

 농성장 천막 철거 행정대집행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김경배씨는 지난 7일 이뤄진 도청 앞 천막농성장 행정대집행에 대해 “제가 텐트를 치기도 전에 공무원 30, 40명을 상주시키면서까지 (텐트를 치지 못하게) 지키게 하고, 행정대집행에서는 저와 반대시민 몇 사람이 텐트 안에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무리하게 철거하는 바람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다친 사람도 부지기수다”며 “이에 대해 제주도인권위원회도 인권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사과하시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의사표현과 집회의 자유는 있지만, 도로에 시설물을 밤낮으로 설치할 권리는 없다”며 “저는 오히려 (집회 참가자들이) 도민들에게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점과 공공 공간인 도청 로비를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대해 안동우 부지사는 “대집행 전에, 먼저 녹색당 사무처장이라는 분이 중재하기로 했다”며 “도청 현관 불법점거 농성 도민들이 불편하니 그것만 중단하면 언제든 지사님과의 면담을 추진한다고 전달했지만, 농성하는 분들이 절대 못받아들인다고 했다”며 행정대집행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또, 안동우 부지사는 인권유린 주장에 대해 “제주도인권조례에 보면 도민으로서 협력해야 하는 최소한의 사항이 있다”면서 텐트 설치가 불법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합의점 없이 맞서는 상황이 이어지자 김경배씨는 “(원희룡 지사가) 국토부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하셨는데, 인정 못한다”며 “3번 문항에 따라 공정한 재검증 용역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토부에 요청하셔야 한다.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이날 면담 이후 김경배씨는 기자들에게 “원 지사가 국토부의 의견을 듣고 제주도의 입장을 밝힌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기본계획수립 용역 중단을 원 지사가 요청할 때까지 스스로의 미래를 지켜내려는 모든 분들과 투쟁할 것이다. 결단코 지금의 고행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식농성 연장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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