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공연개발원 마로, ‘허튼굿 : 귤림풍악’
11월 7일, 제주시 문예회관 소극장서 무료공연

 아침, 저녁으로 차가워진 기온으로 낮에 뜨는 태양의 따사로운 기운을 기다리게 되는 11월, 제주도를 주황빛으로 가득 채운 풍성한 귤나무의 모습은 겨울이 더욱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추운 겨울을 대표하는 귤의 싱그러움을 가득 담아 추위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을 마련했다.

 1702년, 제주도의 각 고을을 순회한 장면을 기록한 채색 화첩 탐라순력도의 40여 가지 그림 중 하나인 ‘귤림풍악’은 귤밭에서 풍악을 울리는 모습이 담겨있다. 11월 제주를 주황빛으로 물들인 귤나무의 화려함이 담긴 그림 속 신명을 이번 허튼굿 무대를 통해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연하고자 한다.

 차갑게 피부를 스치는 초겨울의 바람소리를 닮은 대금선율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황량한 듯, 따스한 대금 선율로 연주되는 정악곡 ‘경풍년’은 11월 불어오는 찬바람과 낮에 뜨는 태양의 따스한 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어지는 순서에서는 평소 경쾌하고 신명나는 꽹과리가 아닌 애절하고 절절한 꽹과리 소리를 담은 진쇠춤과 소리꾼의 깊이 있는 음색으로차가워진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안아준다. 3가지색 천을 휘감아 돌리는 서낭도리로 소리의 깊이에 더욱 힘있는 기운을 더하고 이어 등장하는 징춤은 무대에 에너지를 더한다. 두 명의 징잽이가 주고 받는 화려한 징가락과 춤사위는 우리의 신명과 흥을 끌어올린다. 뒤를 이어 등장하는 아쟁의 깊고 강한 울림은 무용수의 섬세한 춤사위와 만나 더욱 애절하게, 때론 강렬하게 변화하며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고, 창작무용과 새타령의 만남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만난 듯 새롭고 신선한 무대를 만들어 간다.

‘귤림풍악’에는 수없이 많은 귤의 종류와 개수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이번 허튼굿에서는 다양한 귤의 종류처럼 좀 더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다. 대금, 쇠, 아쟁, 소리, 무용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선보인 공연들은 마지막 순서인 ‘판굿’ 을 통해 더욱 풍성하게 장식한다.

 사물악기가 주고받는 힘차고 화려한 가락을 비롯해 모든 공연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두마치 장단은 재미와 신명을 더하며 추워지는 기온 속에서도 풍성하게 피어나는 귤의 에너지를 담아 그 긍정적인 기운을 공연장에 전하고자 한다.

 300년 전 울창하게 우거진 귤 숲에서 신명나게 풍악을 울리던 모습을 그린 귤림풍악, 11월 제주의 모습과 닮은 그림 속 풍경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마로의 11월 허튼굿 : 귤림풍악 ‘귤 숲에 울려 퍼지는 주황빛 가락’.

 따스한 기운을 전하고 마음 속 풍요로움을 안겨 드리고자 더욱 다채롭고 다양한 무대로 구성한 이번 허튼굿을 통해 흥과 신명을 함께 즐기고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다가오는 11월 7일 수요일 저녁 7시30분,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그 만남을 가져보자.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공연 시작 30분 전에 도착하면 그들이 준비한 따뜻한 차와 떡을 먹으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니 빨리 도착해 아티스트들과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도 좋겠다.

※ (사)전통예술공연개발원 : 제주의 옛 공연예술은 ‘굿’을 원형으로 춤과 소리를 통해 사람들이 소통하고 치유되고 화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전통예술공연개발원은 이러한 전통예술의 가치를 이어가고자 모든 이가 어울릴 수 있는 ‘잔치형 공연예술’을 구축하고, 제주의 소리와 춤을 발전시키며, 아픔을 어루만지고 신명으로 함께 어울렸던 우리의 공연문화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는 단체이다.

 2013년부터는 제주 민속, 무속 신화를 주제로 전통예술 가歌무舞악樂에 현대적 공연양식(미디어아트, 퍼포먼스 등)을 결합한 창작 작업들을 통해 제주공연예술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세계시장에 알리는 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점차 결실을 맺어 제주단체로서는 보기 드물게 많은 수상과 해외공연 초청 등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도설화를 소재로 한 창작극 ‘이어도:더파라다이스’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3년 연속 참가하며, 2015 Assembly Festival - <코리아시즌>의 5개 작품 중 하나로 선정, 2015 ‘다크쳇어워드’ 최우수작품 3개 부문 노미네이트 선정, 뉴욕 한국문화원 2014-15 Openstage에서 최우수작품으로 선정, 2016 소셜펀딩 킥스타터 ‘시애틀 투어공연’ 모금 성공( Min Moon Production 기획) 등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제주큰굿을 모티브로 한 융복합공연 ‘미여지뱅뒤’는 제주도 예술작품으로는 유일하게 2015 융복합 콘텐츠 공모전의 G19선정(OtvN 'O크리에이티브'에 출연) 및 2016 서울 아트마켓의 팸스초이스로 선정되는 등 그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국내와 해외시장에 제주의 문화와 예술을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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