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문충성 시인. 사진=강정효
▲ 故 문충성 시인과 제주바다. 사진=강정효

시가 사라졌다

                                                    김수열

사진작가 강정효 선생이랑 문충성 선생 시비 담으려고
신천지미술관을 찾았는데 미술관 자리엔 웬 공룡들이,
티라노사우르스 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르스
스테노니코사우르스 이구아노돈 힙실로포돈, 이런 것들이
이미 점령하고 있었다 그 사이를 지나 시가 있는 동산에
갔는데 하, 時가 사라졌다 문충성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신경림 아무도 없다 시인들이 앉았던 자리만 스산하다

허탕 치고 나오면서 시인은 비교적 식물성이니 초식 공룡의
짓일까 생각하다가 시인도 동물이니 육식공룡의 짓이다
하다가 아니다 만만한 게 시인인데 육식 초식 가렸겠냐는
다소 허튼 아니 소태 같은 농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공룡
아가리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터덜터덜 투덜투덜

- 강정효 사진작가의 페이스북 인용

 

 국내 문단의 원로로서 대표적인 서정시인인 제주출신 문충성 시인이 3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1938년 제주에서 태어난 문충성 시인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불어불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주신문> 문화부 기자로 시작해 문화부장, 편집부국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이후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불문학과 교수를 역임, 정년퇴임 후에는 명예교수로 임해왔다.

 1977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시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 『제주바다』 『섬에서 부른 마지막 노래』 『내 손금에서 자라나는 무지개』 『떠나도 떠날 곳 없는 시대에』 『방아깨비의 꿈』 『설문대할망』 『바닷가에서 보낸 한 철 』 『허공』 『백 년 동안 내리는 눈』 『허물어버린 집』 등 총 22권을 상재하며 1천편 넘는 왕성한 시작 활동을 펴왔다.

 21번째 시집은 2016년에 낸 『마지막 사랑 노래』이며, 22번째 시집은 바로 뒤이어 같은 해 12월에  발간한 『귀향』이다.

 

님에게

                     문충성

님이여! 내 꿈으로 지은
꽃신 신고
가라 만 리 밖
서천 꽃밭
그리움이 사는 나라로

님이여! 나도 가리
내 눈물로 지은
바지저고리 입고
텅 빈 그
서천 꽃밭
무지개 속으로

하염없이
그대 찾아

- <문학과 지성>에서 열한번째로 낸 시집 『마지막 사랑 노래』 中에서

 故 문충성 시인의 연구서로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와 한국의 현대시』, 번역서로 『보들레르를 찾아서』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아내 김청신씨와 딸 문영아·지아씨, 아들 문순보씨. 빈소는 일산 백병원 장례식장 5호실이며 발인은 11월5일이다. 연락처 : 010-2242-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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