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한 아름다움의 땅, 성산포와 다랑쉬 –길 위의 4·3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사)제주4‧3연구소(이사장 이규배, 소장 허영선)가 11월 10일 ‘국민과 함께하는 4‧3 길걷기’ 행사를 연다.

 이번 길걷기는 제주4‧3 70주년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의 마지막 행사 가운데 하나다. 해마다 ‘도민과 함께 걷는 4·3기행’을 계속해 온 연구소는 올해 70주년을 맞아 4‧3의 전국화 차원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4‧3 길걷기’를 마련했다. 이번 길은 제주올레 1코스의 길 위에서 4‧3을 생각하는 길로, 올레코스에 4‧3을 입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레코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코스의 하나로 평가받는 제주올레 1코스에는 눈이 시리도록 빼어난 경관 속에 감춰진 4‧3의 역사가 있다. 4‧3 당시 성산포에 주둔한 서북청년단의 악행은 마을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많은 이 지역 주민들이 성산 일출봉이 바라다보이는 터진목에서 이유도 없이 스러졌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성산포경찰서장 문형순이 상부의 총살 명령을 거부해 주민들을 살리기도 했다.

 제주 서부지역 알뜨르비행장 일대의 일본군 군사 시설에 견줘 비교적 덜 알려지긴 했지만, 제주 동부지역에서 일제 침략의 직접 증거를 볼 수 있다. 성산포에는 일제 강점기에 군수물자 공장들이 있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고, 국내 최고의 관광지인 성산 일출봉. 그곳에도 일제 침략의 흔적이 있다. 일출봉 절벽 해안에 있는 수마포에는 일본의 해군특공기지 흔적들이 남아 있다.

 길걷기 코스는 성산항에서 출발한다. 1, 2부로 나눠 진행하는 길걷기는 1부 행사로 올레 1코스를 따라 걸으며 4‧3집단학살지인 우묵개 동산 → 성산포경찰서(4구서) → 서북청년단 주둔지 → 수마포 갱도진지 → 터진목 → 성산읍 희생자 위령공원까지 걷는다.

  2부는 제주 구좌 지역 주민 11명이 피신해 살다가 토벌대에 학살된 다랑쉬굴 주변의 아끈다랑쉬오름을 오른다. 아끈다랑쉬오름에서는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제주사람들과 같은 은빛 억새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이번 길걷기는 김은희 제주4‧3연구소 연구실장의 해설과 터진목 학살터에서 살아나온 오인권 제주4‧3후유장애인의 기억을 통해 4‧3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시낭송과 공연도 있다. 이날 참여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는 간단한 주변 정리 등을 하면 자원봉사를 인증해준다.

 집결은 11월 10일(토) 오전 9시, 한라체육관 수영장에서 출발한다. 점심과 간식, 기념품도 제공한다. 참가비는 1만원이며, 선착순 접수를 받는다. 문의 (064)756-4325 제주4.3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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