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국제관함식, 평화시대 역행!”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국제관함식, 평화시대 역행!”
  • 안리진 기자
  • 승인 2018.10.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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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일정으로 제주해군기지와 기지 연안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觀艦式)’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은 물론 도내외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강력히 반발하며 해군기지 앞 시위 등을 불사하면서 크고 작은 충돌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재단법인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이사장 강우일 주교)는 지난 8일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모든 분들에게’ 보내는 글을 발표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앞. 사진=송동효
강정마을 해군기지 앞. 사진=송동효

 강우일 주교는 제주 4.3과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와 눈물이 채 마르치도 않은 시점에서 해군은 군함축제를 열고 미국은 핵항공모함을 앞세워 제주도에 들어온다면서 “이 제주도가 온전히 평화의 섬으로 남기 위해서는 더 이상 군사력이 제주도를 지배해서는 안됩니다. 평화를 사랑하고 꿈꾸며 일하는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평화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제주도가 진정한 평화의섬이 될 수 있도록 연대해주실 것”을 호소한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앞. 사진=송동효
강정마을 해군기지 앞. 사진=송동효

 다음은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모든 분들에게’ 보내는 글 전문이다.

평화의 섬 제주도에 국제관함식 개최를 앞두고

재단법인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이하 평화센터. 이사장 강우일 주교)는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내어 주신 고귀한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2016년 8월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된 강정마을에 창립된 비영리 단체입니다. 평화센터는‘구슬을 꿰는 실’과 같이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연대의 고리를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평화를 외치기 시작한 지 11년
작은 농어촌 마을인 강정마을에서 시작된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갈등과 고통은 11년째 지속되어 오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친척들 사이에 생겨난 깊은 갈등의 골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공동체파괴, 환경파괴 그리고 인권파괴로 인한 상처 또한 깊게 남아있습니다. 2016년 2월 26일 준공식을 시작으로 제주해군기지는 군부대가 입주하고 외국함정을 포함한 많은 군함들이 사용하는 군사기지가 되었습니다. 고통의 신음과 함께‘참된’평화를 위한 외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강정으로 이어지는 제주 4·3
올해는 제주 4·3 70주년입니다. 국가는 제주 4·3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담아 제주를‘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였습니다. 하지만, 피와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고통의 섬에, 제대로 된 치유의 노력도 없이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 한 후에 전쟁 연습을 하는 군사기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력과 군사력이 아닌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이루자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제주 4·3 때와 같이 낙인을 찍고는 공권력으로 탄압을 일삼았습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보지 못한 채 해군기지가 건설된 제주도에는 평화가 제대로 설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역사를 뒤엎어버리는 해군의 국제관함식 개최
다가오는 10월 10일~14일, 제주해군기지에서 해군의 국제관함식이 개최될 예정입니다. 미군 핵항공모함과 이지스함을 비롯해 14개국 함정 50여 척, 항공기 20여 대가 참여하고 외국 장병 1만여 명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행사 기간 동안 군함들의 해상 사열, 방위산업 전시, 함정과 부대 공개, 공연과 불꽃축제 등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최근까지는 일본 자위대가 전범기인 욱일승천기를 달고 참여하려다가 논쟁 끝에 불참을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해군은“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과정에서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군이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국제관함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지만, 마을의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갈등을 증폭시켰습니다. 정부와 해군은 국제관함식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회복사업지원을 약속하였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과 폭력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덮으려고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자 천연기념물인 범섬 인근의 해양생태계를 무참히 훼손하면서 건설되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적법하고 적절하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주변의 연산호 군락과 각종 보호동식물들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고 있음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제주해군기지의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저수심 암초 지역을 추가로 준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저수심 지역은 천연기념물 442호 연산호 군락지입니다.

제주 4·3 70주년인 올해에, 학살의 책임이 있는 미국이 핵항공모함을 가지고 70년 만에 제주도에 들어오는 것은 학살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또한‘세계 평화의 섬’제주에서 전 세계 해군 군사력 과시의 장인 국제관함식을 개최하는 것은 남북 정상이 선언한‘한반도 평화의 시대’에도 역행하는 것입니다.

국제관함식은 제주해군기지를 전 세계에 기정사실화하는 해군의 축제입니다. 건설 당시 그나마 도민에게 했던‘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제주해군기지는 현재 군사기지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완공 후 제주도는 군사화의 길을 다시 걷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해군기지뿐만 아니라, 제주에 해병대 부대를 보강했고, 제2공항을 공군기지로 사용할 계획도 밝힌 바 있습니다.

무기가 쌓이면 반드시 전쟁으로 이어짐을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히『가톨릭교회 교리서』2315항은 이렇게 천명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무기의 비축을 가상의 적에게 전쟁을 단념하도록 하는 역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것을 국가들 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가장 유효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군비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무기를 마련하는 데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의 낭비는 가난한 사람들의 구제를 막고, 민족들의 발전을 방해한다. 과잉 군비는 분쟁의 원인을 증가시키고, 분쟁이 확산될 위험을 증대시킨다.”

제주도에 참된 평화가 실현되도록 기도와 연대를 부탁
더 이상 제주도를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섬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제주가 지난 세월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 참된 평화의 섬이 되려면, 군사력이 제주도를 지배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평화를 외치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탄압해서는 안 됩니다. 평화는 살아 움직여야 하고, 누구나 꿈꾸며 평화를 위해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욱이 지난 전쟁과 학살의 역사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제주해군기지의 잘못된 진실을 그 무엇으로도 덮어서는 안 됩니다. 역사의 진실을 덮는 그 순간, 잘못된 역사는 덮여진 진실을 밟고 다시 일어서게 될 것입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여러분, 제주도에 국제관함식이 개최되는 상황 속에서 제주도가 참된 평화로 가는 길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고 적극적으로 연대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8년 10월 8일

재단법인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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