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승천 전범기’ 관함식, 제주도의회도 책임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 도민의 대표로 대오각성을"

‘욱일승천 전범기’ 국제관함식에 도의회도 목소리 내라

지난 2015년 10월 17일 오후, 부산 앞바다에서 ‘201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 해상사열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지난 2015년 10월 17일 오후, 부산 앞바다에서 ‘201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 해상사열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해군.

 반대의 목소리가 아무리 드높다 해도 오는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이 제주해군기지 일원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요지부동인 듯하다. 참가전력은 함정 50여척(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14개국 함정 21척 포함), 항공기 20여대이다. 함정·항공기 해상사열이 이뤄지고 함상 문화공연, 해군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국제관함식에는 초대받은 국민들도 독도함과 일출봉함, 천자봉함에 탑승해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는 여전히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를 내걸고 국제관함식 개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는 여전히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를 내걸고 국제관함식 개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피켓을 높이 치켜들고 철회를 외치는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 주민들이나 제주지역사회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귀에까지는 여지껏 닿지 않은 것 같다. 남북평화 무드가 형성되면서 200만개가 넘는다는 DMZ 지뢰가 제거되기 시작했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북경협으로 넘어가려는 시기에 굳이 관함식이 필요한 일인가, 하는 비판이 거세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닥쳐있는 행사이고 이미 오래전에 계획된 일이며 국제관례상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는 답변은 아직도 ‘촛불혁명’의 뜻을 모른 척 귀막는, 적폐의 일단이 작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지난 2015년 10월 17일 오후, 부산 앞바다에서 ‘201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이 열린 가운데 해군 P3C 항공기가 플레어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지난 2015년 10월 17일 오후, 부산 앞바다에서 ‘201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이 열렸다. 사진=대한민국 해군

 최근에는 일본이 관함식에 참가하는 해상자위대 함정에 전범기라 할 수 있는 '욱일기'를 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고집하면서 국가적 이슈로 등장해 있다. 10월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한국 귀화 일본인 출신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말하듯이 욱일기는 ‘침략과 군국주의의 상징’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욱일기는 물론이고 일본 군국주의 상징물을 한국 안에서 아예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페이스북 갈무리

 이러한 국내외적 시시비비, 논란의 시발점에는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비서관과 제주도의회가 자리한다. 이미 ‘주민투표에 의해 반대 결정이 내려진 국제관함식’이었던 상황이었음에도 울며겨자먹기식 주민 재투표를 통해 번복하게 만든 것이 강정을 찾고 제주도정과 도의회를 방문해 모종의 작업을 단행한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과 그 일행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이러저러하게 만들겠다’는 사탕발림으로. 하지만 그 약속 이행은 미구에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지난 2015년 10월 17일 오후, 부산 앞바다에서 ‘201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 해상사열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지난 2015년 10월 17일 오후, 부산 앞바다에서 ‘201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 해상사열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해군.

 그리고 대한민국 해군과 정부에 의한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결정에 대해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도의회는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돌아보면 잘 알 수 있다. 슬그머니 꽁무니를 내린 도의회 의장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은 굴종’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도의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어 만든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 결의안’을 슬그머니 내려놓던 도의회 의장의  비굴한 모습을 도민들은 뇌리에서 지우지 못할 것이다.

 그런 중에도 주민간 갈등과 아픔 치유 전에는 부적절한 행사라면서 강정마을과 도민사회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국제관함식 중단에 대한 결기를 보여주며 꼬리 내리는 의장과 대척점에 섰던 이상봉, 김황국 등 두 의원의 의지는 기억할만한 일이다.

2015년 10월 17일 오후, 부산 앞바다에서 ‘201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이 열린 가운데 해상사열이 펼쳐지고 있다. 관함식은 해상사열과 훈련시범을 통해 해군의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의식이다. 사진=해군 제공
2015년 10월 17일 오후, 부산 앞바다에서 ‘201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 해상사열이 펼쳐지고 있다. 관함식은 해상사열과 훈련시범을 통해 해군의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의식이다. 사진=대한민국 해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보듯이 ‘욱일기’ 시비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만약에 일본의 ‘욱일기 제주해안 침투’가 실행된다면 이는 도의회, 특히 의장이 빌미를 준 셈이며 그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역사적인 기록,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제라도 도의회 의장과 도의원들은 목소리를 곧바로 내어야 한다. “제주 해안에 욱일기를 단 일본자위대 함정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한다. 취소되지 않으면 제주해군기지 관함식을 결사 반대한다”라고 외쳐야 하지 않을 것인가? 시간을 다투는 문제이다. 반대한다고 ‘국제관함식 개최 사실’이 뒤집혀질리는 없겠으나 도민의 대표로서 의무는 다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이다.  

도민의 대표이며 대의기관 맞나?

 도의회가 도민의 대표로서의 역할을 내팽겨치지 않았나 하는 비판 여론이 도민사회에 이미 드높다. 도민들은 모두 아는데 도의원 나리들만 모르는 형국인 듯 여겨지는 상황이다. 지난 9월 21일, 제주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요구 발의안이 부결 처리된 것과 관련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당일에 낸 성명을 통해 “제주도의회가 민의를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9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도의원들이 대도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특히 ‘이에 따른 큰 책임은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민심에 화들짝 놀란 듯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부랴부랴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무라이들처럼 자리에서 일어서서 엉거주춤 머리를 조아린 사태는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

 사과 기자회견임에도 말만 번드르르하고 알맹이는 빠졌다. 사탕발림처럼 말만 앞세운, 진정성이 없는 사과임을 모르는 도민은 거의 없을 듯하다. 미주로, 러시아로, 유럽으로, 동남아로 외유 떠날 궁리에 빠져 있는 표정이 엿보이기도 했다.

 “도의회가 썩어간다”, “썩은지 오래다”는 도민사회 여론이 무성하다. 이들을 대표로 직접 선출한 도민의 입장에서도 슬픈 일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썩었다’는 말은 ‘죽었다’는 의미와 상통한다고 보아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도민사회가 도의회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릴 수도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동료 도의원을 향해 ‘ㅅㅂㄴ’(시쳇말로 ‘ㄱㅅㄲ’와 등가의 욕설), ‘SBN’이라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도의원의 품격을 지켜보기조차 역겹다고 한다. 이쯤이면 이미 도의원 자격 상실 아닌가 싶다는 평가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의 사과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도의원에 대해 '징계 불가'의 뜻을 밝혔다는데 오히려 막말 피해 도의원의 지역구 주민들이 나서서 응당한 조치, 사퇴를 거론하는 피켓시위를 펼쳐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공항 피켓시위. 사진=제주녹색당 페이스북 갈무리.
공항 피켓시위. 사진=제주녹색당 페이스북 갈무리.

 또, 도의회 행자위에서는 보조금심의위원회 활동에 대해 “책상머리 앉아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기관 단체들의 외유성 보조금 신청을 싹뚝 잘랐기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빚어진 일로 알려진다.

 “선심성 기준이 뭐냐?”고 반문하는 의원이 있는가하면 "매년 반복되는 예산을 매번 보조금심의를 받아야 하느냐"고 큰소리치기까지 했다니 ”과연 이들 도의원들에게 덩치가 큰 제주도 예결산을 그냥 맡겨두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라 말하는 평자도 만나게 된다.

 11대 도의회가 출범한지 100일이 채 되지 않아서 벌어진 사달들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단지 도의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43명 도의원 전원이 각각 ‘오십보 백보’, ‘거기서 거기’라는 평이 함께 나오는 이유이다.

혈세 도둑님들 될 셈인가?

외유를 나가는 도의원들을 만나 항의하고 경고하기 위해 제주공항 출국장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주녹색당 페이스북 갈무리

 제주녹색당 당원들은 지난 9월 25일 새벽부터 공항 출국장에 진을 쳐 지켜섰다고 한다. 도의회 상임위별로 계획된 해외연수에서 첫 테이프를 끊는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에게 항의하고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6명의 도의원을 비롯해 제주도 공무원, 피감기관 임원 등 20명이 함께 연수를 떠나는 길목에서  피켓시위를 폈다.

 제주녹색당은 “아직 임기를 시작한지 100일도 되지 않은 도의원들이 피감기관의 수장들과 함께 ‘공무 국외 업무연수’를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나선 셈”이라며 도의원들의 행태를 비판한다. 도의회가 제주도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외면하고 오히려 피감기관의 수장, 간부들과 혈세 낭비 외유에 나섰다고 질타한다.

 11대 도의원들이 임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외국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도덕불감증이 아니냐는 것이다. 백번 천번 지당하고 옳은 지적이다. 지금 시점에 연수든 벤치마킹이든 외유를 떠나는 것은 시의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먼저인데 그러한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도의원들인 것이다. 

 10월부터 곧바로 도의회 임시회가 계획되어 있고, 원희룡 도정에 대한 첫 행정사무감사와 2019년 예산심사까지 코앞에 닥쳐 있는데 집행부 소속 공무원들, 피감기관 임원들과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서는 행태는 도민들에게 "도의원들, 제 정신이 아니다"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일이다.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할 대의기관으로서 책무를 내팽겨쳐두고 해외여행을 떠난 무리들은 ‘도민 혈세 도둑님’이라 불려도 값싼 일이다.

지난 9월 27일 오전 10시 30분, 도의회 정문 앞에서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화역사공원 행정사무조사 부결시키고 해외연수 가는 무책임한 도의원들“이라며 이들을 향해 재차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27일 오전 10시 30분, 도의회 정문 앞에서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화역사공원 행정사무조사 부결시키고 해외연수 가는 무책임한 도의원들“이라며 이들을 향해 재차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가 부결되는 것을 지켜보고, 의회가 시민의 기대와 믿음을 저버린 것에 크나큰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11대 도의회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은 기자회견 후에 의원실마다 경고장을 부착하기 위한 평화적인 퍼포먼스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려 했으나 도의회 정문에서부터 청원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날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은 기자회견 후에 의원실마다 경고장을 부착하기 위한 평화적인 퍼포먼스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려 했다. 그러나 도의회 정문에서부터 청원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가까스로 의회 청사로 들어서기는 했으나 2층으로 통하는 계단 앞에서 다시 결사적으로 막아서는 사무처 직원들과 1시간여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도민이라면 어느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민의의 전당 도의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무엇이 두려워 막는 것인가?”라는 항의가 이어졌다. 그 시간 도의회에는 의장도 의장실에 있었고 일정상 외유를 떠나지 않은 도의원들은 물론 사무처장과 사무처 직원들 모두가 근무하는 시간이었다.

가까스로 의회 청사로 들어서기는 했으나 2층으로 통하는 계단 앞에서 다시 결사적으로 막아서는 사무처 직원들과 1시간여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의회 의장의 뜻이 그래서 가로막힌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이 외치는 목소리에 의장은커녕 의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믿음을 가졌던 초선 의원들도 어느 한 명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도민의 진정한 대표로서 결기가 있는 의원들은 의장과 다선 의원들 따라하기 하다가는 함께 망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다선 의원이 선이 아니다. 후배 의원들에게조차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는 다선의원들의 행태가 얼마나 많은지 그동안의 의정 활동을 들여다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이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이 경고의 목소리를 더욱 키워갈 즈음해서 그나마 다행히 의원회관 4층에 의원실이 자리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명환 의원이 1층까지 발걸음을 해 중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의장의 뜻인 듯, 추후 도의회 의장 면담과 의원실에 대한 ‘경고장’을 홍 의원이 대신 전달하기로 약속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의장이 왜 떳떳이 나서서 이들 항의하는 도민들을 만나지 못한 것인지, 무척 의아한 광경이었다. 너무 높은 곳에 자리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민원을 들고 나선 도민들을 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의원실에 박혀 있던 도의원들은 또 무엇들을 하셨나.

비자림로 환경훼손을 항의하며 퍼포먼스를 펴고 이다. 사진=제주녹색당 페이스북 갈무리.
비자림로 환경훼손을 항의하며 퍼포먼스를 펴고 있다. 사진=제주녹색당 페이스북 갈무리.

 

 이날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들이 곧 도민의 대변자라 자처하는 도의원들보다 훨씬 더 값진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의회와 도의원 제위께서는 ’불통의 도의회‘, ’썩어가는 도의회‘라는 욕 이제 그만 듣고, 의장을 비롯해 도의원 각자가 대오각성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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