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View]“폴리널리스트 아닌 언론인들만 돌을 던져라”

▲ 원희룡 지사는 28일, 개방형 직위 임용자 5명에 대한 임용장을 수여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승철 소통혁신정책관, 이현숙 성평등정책관, 강석봉 장애인복지과장, 원희룡 지사, 임태봉 보건복지여성국장, 안규식 김창열미술관 팀장.

 지역 언론계 풍토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탄식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언론인의 언론인을 향한 비난이 도를 넘은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제주도정의 개방형직위 임용자에 현직 언론인이 포함되면서 빚어진 사태이다. “제주도 소통혁신정책관, '폴리널리스트' 전형”이라느니 ‘소통 및 도정 혁신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 단정하며 난도질한다.

 제주인터넷기자협회(이하 인기협)에서 낸 논평을 살펴보니 “폴리널리스트는 언론인으로서의 위상을 이용, 정·관계 진출을 시도하는 이를 가리킨다”라는 설명도 친절하게 덧붙이고 있다.

 인기협에서는 임용자가 사주로 있던 인터넷언론사를 제명처분까지 했다고 신속하게 보도했다. '제명'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결정될 수 있는 것인지, 혹시 양측으로부터 진중한 팩트 체크 없는 일방적인 처사는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 지점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갑질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눈길이 날카로운 가운데 이러한 조치 또한 스스로 힘 있다고 여기는 자들(언론)에 의한 갑질이라 할 수 있는 일면이 아닌가 여겨지기 때문이다.

 임용자에 대해 '폴리널리스트'라 단정하는 이유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민선 3기 우근민 도정 당시 언론인 출신으로 정책특보와 투자진흥관을 역임했다’는 것이고, ‘현직 언론사 대표로서 소통혁신정책관에 응모해 임명됐다’는 게 드러난 내용의 전부여서다.

 언론인은 공직자로 신분을 전환하면 안되고 어떤 자리에 나아가려 하면 언론계 식구들의 눈치를 보며 나아가야 한다는 말로 들리는 비유에 다름 아니어서 씁쓸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물론 “공모에 참여하면서도 소속 기자들에게 공모 사실을 숨겼고,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기자 2명을 ‘권고사직’ 처리한 인물”이라는 지적이 진정 사실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반성하고 사과해야 마땅한 일이기는 하다.

 인기협과 일부 매체는 심지어 ‘소통혁신정책관으로 문제의 언론인을 선택한 “원희룡 지사의 안목이 한심하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지적에도 의문이 든다. 그러면 과연 어느 누구를 소통혁신정책관으로 선임해야 지역언론, 지역 언론인들의 마음이 노고록해질 것인가.

 언론인 중에 어떤 이를 택해야 ’소통혁신‘의 적임자로서 지역 언론의 눈높이에 맞춤한 인사일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 하겠다. 그 소통과 혁신이 도민을 향한, 도민을 위한, 궁극적으로는 제주의 청정과 공존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어폐가 있지만.

 그동안 제주도정, 혹은 다양한 공공기관에 입성한 언론인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한 인사 때마다 이런저런 입소문이 무성하기는 했으나 이처럼 일부 언론이 벌떼처럼 일어나 비난의 망치를 높이 치켜들었던 전례는 없다. 이는 유유상종, 끼리끼리 언론계 풍토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역언론사에 길이 기록될만한 사안이라 할 것이다.

 관전자가 불민해서인지 모르지만 제주도의 개방형직위 임용, 그 중에서도 소통혁신정책관에 대한 도내 언론계에서 내뿜는 독설이 천지를 진동하는 까닭을 쉬이 이해할 수가 없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라 ‘모 아니면 도’식, ‘여론몰이’, ‘마녀사냥’식 비판의 칼날이 섬뜩하리만치 번개치듯 한다. 과연 그만큼 잘못된 임용이고 잘못된 언론인의 처신인가 돌아보게 만드는 사안이다.

 관전자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이게 뭐지?’라는 의아심을 갖게 된다. “내가 아니고 하필이면 저 친구야?”, “언론인으로서 자질이 그다지 뛰어나지도 않은 것 같고, 그러면서 소통과 혁신은 잘하겠나? 개방형직위 응모에 앞서 자사 식구들에게 숨기기까지한 이를 그 자리에 앉혀?”, "우리에게 득이 되는 식구가 아니잖아?" 같은 심리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폴리널리스트가 아닌 언론인들만 돌을 던져라”라고 고언하고 싶다. 언론인들 역시 언론인 이전에 자연인임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민으로서, 시민으로서, 한 인격체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물론 응당 짐져야 할 의무 또한 있는 법이다.

 언론, 언론인이 지역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고 공정과 정의에 입각한 청정한 목소리를 내는 ‘정론직필(正論直筆)’의 목탁이 되려는 신념 또한 사회에 대한 책임이요 의무이며 자존감일 것임은 자명하다.

 솔직히 말해서 제주지역에서 치러진 여느 선거 때마다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어느 한 편, 아니면 이쪽저쪽에 다리를 걸쳐서 편을 들거나 거들고 심하게 말하면 '부역'한 언론, 언론인들은 수도 없이 많다.

 물론 지역사회의 빛과 소금, 목탁으로서 초연했던 언론계 선배들을 여기에서 거명하지는 않겠으나 수도 없이 많아서 자랑스러운 제주지역언론사를 인정함은 옳은 일이다. 이들을 기억하는 일 또한 의미와 상징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또, 현직 언론인 중에도 ‘워치독(Watchdog)’을 자임하며 묵묵히 언론인으로서 소명에 충실한 이들도 여전히 많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자정의 기능이 발휘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언론, 그게 방송이든 신문이든 인터넷 언론이든 일정부분 정치·행정·경제계·토호세력과 끈끈한 관계성을 맺는 생태계 안에서 존립해 왔음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언론사별, 언론인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진실로, 진실로 권컨대, ‘폴리널리스트’가 아닌 언론인들만 신임 소통혁신정책관에게 돌을 던져라. 아니면 그 입을 다물어야 옳은 일이다. 그가 일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적할 게 있으면 거침없이 지적하고 비판할 게 있으면 독하게 비판해도 늦지 않다.

 아니다. 오히려 언론인 출신인 그가 소임에 철저를 기하고 성실하게 임할 수 있도록 힘도와 북돋워주고,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제때에 지적해주고 비판하며 바로 갈 수 있도록 함께 힘쓰는 일이 제주도와 도민을 위해 지역 언론, 언론인들에게 지워진 사회적 책무가 아닐까 한다.

저작권자 © 제주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