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이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비어 있던 벽에 이제 사람 얼굴이 빼곡하고 거리마다 펄럭이고 나부낀다. 마이크와 확성기, 선전차량과 어깨띠도 거리 풍경에 끼어든다.

흥미로운 것은 선거 때 쓰는 용어 중에 말(馬)과 관련된 것이 유난히 많다는 것.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말(馬)과 관련된 선거 용어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한다. 출발 신호와 함께 내닫는다. 마침내 결승선을 가르며 우승자가 가려진다. ‘출마(出馬)’는 전쟁터에서 기인한 표현으로 ‘말을 타고 나가다’라는 뜻이 있다. 죽을지도 모를 전쟁터에 목숨을 걸고 나간다는 묵직한 의미가 담겨, 선거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마음가짐을 짐작하게 한다.

선거는 몇 명의 후보가 나오던 모든 후보가 1등을 목표로 경쟁한다. 경마 역시 모든 경주마들이 우승을 목표로 달린다. 그래서인지 선거에서 쓰이는 말들은 경마에서도 쓰이는 경우가 많다. 선거에 입후보할 때 출마(出馬)한다고 한다. 경마에서 경주마들이 출전신청을 하는 것을 출마등록(出馬登錄)이라고 한다.

선거에서 숨어 있는 강력한 후보를 ‘다크호스’라고 하는데 이는 원래 경마에서 뜻밖의 결과를 낼지도 모르는 경주마를 가리키는 용어다. ‘대항마(對抗馬)’는 선거에서 강력한 후보에 맞설 수 있는 경쟁자를 가리킬 때 심심찮게 쓰이는 말.

대항마는 경마에서도 종종 쓰는 말이다. 후보자의 공약이나 자질보다는 시시각각 변하는 지지율을 보도하는 선거 보도행태가 있다. 이를 우리는 ‘경마식 보도(horse race journalism)’라 일컫는다.

또한 이러한 선거철에 ‘하마평(下馬評)’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또한 말과 관련된 용어다. 하마평은 ‘하마비(下馬碑)에서 유래했다. 하마비는 궁궐이나 종묘 또는 성인 등의 묘소 앞에 세운 것으로, 이곳에 이르면 경의의 표시로 말에서 내려 걷도록 했다. 오늘날 주차장이나 휴게소와 같은 역할로, 무료한 마부들 사이에서 오고 간 인물평을 ‘하마평’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낙마(落馬)’라는 표현은 ‘말에서 떨어진다’라는 뜻으로, 당선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을 때 사용된다. 실제 낙마사고는 말의 크기와 무게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대륙을 평정했던 칭기즈 칸도 낙마사고로 운명을 달리했고, ‘장수를 잡으려면 말을 쏘라’는 외국의 격언도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낙마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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