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김정파, 시평/현달환

▲ 김정파 시인 ⓒ제주인뉴스

제주 섬 들불축제
(정월대보름 방애놓기)

                  - 김정파 -

-1-
새움이 트는 경계지에서
오늘 우리는,
동방(東方)의 아름다운 섬 제주 섬이,
그 이름도 거룩한 구원의 땅 濟州 섬이
신선(新鮮)한 정열(情熱)을 다시 태우기 위하여
은하를 당기며 하늘 뜻을 부르는 영산(靈山) 한라의 기슭에
소망(所望)의 불씨를 안고 오순도순 모였습니다.

시원(始原)의 뜻 그 푸른 말씀을 가슴깊이 새기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대의 들녘에
평화(平和)의 기도(祈禱)로 모였습니다.

서로 손에 손을 잡은 미래 꿈의 성냥 알로,
도둑 거지 대문 없는 전통(傳統)의 부싯돌로,
삼무도(三無島)! 그 언약(言約)의 들판에 정열(情熱)의 불씨를 당깁니다.

머나먼 神話의 아득한 경계를 끌어, 파도치는 세월을 이어 이어 달려 와서
방화선(防火線)안 곳곳에 뿌려지는 불의 씨, 분출되는 섬의 기도여!!

지순한 소망의 불씨들이
이웃에 이웃을 깨우고 번지며 기세 좋게 일어서기 시작합니다.

어스름한 인간들의 안과 밖을 모두 비추며
영광(榮光)처럼 치솟아 오르기 시작합니다.
오름 산과 그 들판을 통째로 태우는 장엄(莊嚴)한 열기(熱氣)가
차가운 겨울하늘을 서서히 데워내기 시작합니다.

오! 저!
장엄(莊嚴)한 오름 불바다! 치솟는 요원의 불길 앞에
불보다 더 불을 뿜는 탄성(歎聲)들,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한 채
불붙은 하늘로 쏘아 올리는 눈빛 눈빛, 수십만의 눈빛들 .
놀라움의 눈빛 경외의 눈빛 환희의 눈빛! 눈빛! 오! 아름다운 이 지상의 별빛들!!

타 닥! 타 닥! 휘이익!
휘이익! 휘 이-익!!
불 바람 휘도는 천지간(天地間)의 함성(喊聲),
하늘의 불길에 녹아나는 온갖 악령들이 발악 ! 단말마의 비명들이 타들어 사라져 갈 때
서늘히 가슴 가슴에 녹아내리는 응어리,
해묵은 체증들.

방목(放牧)의 푸른초장, 싱그러운 自由의 들판에서
마른 풀대의 둥치에 숨어
어진 가축의 피를 빠는 해충의 알, 거머리, 진드기, 벌레 알 들, 모두 타라!
가시넝쿨, 왕 가시, 독풀도, 잡풀도
해묵은 그루터기 모두 타라! 가난도 설움도 함께 타라!

들판을 헤매는 온갖 악령, 질병의 씨, 모두 타라!
본시, 열매가 없는 억새풀에, 버젓이 억새의 열매인 양
웃자란 덤불 속에 우글우글 숨어 위장하는
벌레 알 같은!
사회악(社會惡)의 병원균들 모두 태워라!

부정(不正)의 알
부패(腐敗)의 알 모두 타라!
부조리(不條理)의 알도 함께 타라!

폭력과 속임수,
무능(無能)과 어리석음의 알들도
모조리 쓸어 모아 태웁니다
묵은해를 사려 태우고 해묵은 구각(舊殼)을 용암(鎔巖)처럼 녹입니다.

모진세파에 상처(傷處)입고 응어리진 가슴속에
혹시라도 숨어 있을
내 마음속의 가시들.

미워하는 마음, 분노(憤怒), 증오(憎惡) 같은 나 스스로를 찌르는 마음도 골라내어 태웁니다,
절망(絶望)이나 좌절(挫折) 같은 나약한 마음도 과감하게 태웁니다!
시의(猜疑), 배타(排他), 헐뜯음 같은 비겁(卑怯)한 마음!
과욕(過慾)이나 성냄,
오만(傲慢)이나, 편견이나, 아집 같은,
오히려 나에게 독소(毒素)로 작용하는 내 마음속의 가시들,
내 마음속의 병원균(病原菌)들도 탈탈 털어 하늘의 불길에
활활 태워 날립니다.
바닷길로 날립니다!
하늘 길로 올립니다!

찬 겨울이 뿌지직 뿌지직 타는
요원(遼遠)의 불길 앞에
온갖 악령(惡靈)과 질병(疾病), 재앙(災殃)의 씨들이 새카맣게 재가 되어 갑니다.
번뇌(煩惱)의 사슬까지 싹둑 잘려 나갈 때,

오 !!
잃어버린 열쇠가 예 있었구나! 섬의 열쇠! 황금 열쇠!!

-2-
소망의 불꽃!
정열의 불길!

타고난 섬, 야무진 그루터기엔 새 풀이 돋고
비워진 우리들의 가슴속엔
평화로운 숨결이 박동치리니,

오! 神이여! 보이나이까!

시대의 변방, 제주 섬에 피우는,
평화(平和)의 화톳불이 보이나이까?!
지순(至純)한 기도와 정열(情熱)이 타는 이 야성(野性)의 들판에서
제주 섬이 부르짖는
들불함성이 들리나이까 !

인류(人類)의 염원(念願)이,
그 평화이념이 뚜렷이
이 섬의 등판에
지형암호(地形暗號)로 새겨져 있는 제주 섬.
인간존엄, 생명사상이여, 온유한 사랑이여,
책임 있는 자유(自由)여, 차별 없는 평등이여, 그리고
정의로운 상생(相生)과 조율(調律)의 뜻이 조화롭게 물결지어 흐르는
신(神)들의 고향, 제주 섬.
이 세계인의 이상향 이여도에 피우는
당신의 모닥불이 보이나이까!

거룩한 이 땅에서,
지순한 세계인의 가슴속에서,
악령(惡靈)도 질병(疾病)도 온갖 재앙(災殃) 물러가라!
안녕(安寧)과 풍년(豊年)을 기원하는 들불 놓기, 방애!
평화(平和)와 안전(安全)을 기원하는 들불축제.
우리들의 들불염원이
그리운 당신의 가슴속으로 번지나이까!
푸른 바다 넘실대는 이 섬의 불빛 정열 앞에
수평선(水平線) 꽃 레이스를 두르며
유람선(遊覽船) 불빛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민족들이,
흑, 백, 황색인들이,
색깔 다른 발자욱도, 높고 낮은 목소리도, 모두다
자랑처럼 아름다운 그들의 나라들을 짊어지고
둘레둘레 모여들고 있습니다.

오! 神이시여!
애틋한 가슴속에 소망(所望)의 소지를 살라
하늘 길로 올리나니!

적(赤), 청(靑), 황(黃), 흑(黑), 백(白)의 오색 창연한
이여도의 불빛을 굽어보소서!

삶에 그을리고
가끔은 상처(傷處)도 입었던
우리들 가슴속에 밝은 웃음 주소서!

청빈한 이 섬에 풍요를 내리소서!
외세에 항상 당하기만 했던 어진 이 나라에 안녕과 국운(國運)을 주소서!
졸 싸움에 피 흘리는, 색깔 다른 저 어진 나라들에게 진정!
화합(和合)과 평화(平和)를 안겨 주소서!
아직도 이 아름다운 행성(行星)에 속박의 굴레가 있거든 흔쾌히 벗겨주소서!

신이시여! 당신의 뜻과 같이
인류가 인류에게, 이웃이 이웃에게 사랑의 빛을 받고 또 반사하게 하소서!

지구를 굴려다가 천공(天功)의 스케일로 축소시킨 제주 섬,
지구별 창조이념(創造理念)을 섬 땅의 등판에다 새겨 짊어진 제주 섬.
이 섬의 지순한 기도( 祈禱)와 정열을 태우는 들불염원은
영원(永遠)히 꺼지지 않으리니,

오라!
답답한 이여! 이 섬에 오라!
버릴 것 버리지 못하는 자,
태울 것 태우지 못한 자.
제주로 훌쩍 오라!
파도치는 가슴, 목 놓아 울부짖는, 이 제주의 해역(海域)에 오라!

새로운 꿈이 필요한 자
꿈 너머 꿈이 있는 자
잃어버린 꿈들을,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찾고 싶은 자, 흔쾌히 이 길로 오라!
바람의 길, 호흡의 길로, 청정한 영혼의 길로 오라!
그대, 잃어버린 꿈의 열쇠, 이곳에서 찾으리니 !

사랑을 다짐하는 신혼의 원앙(鴛鴦)들도,
영험(靈驗)의 씨앗을 싹틔우려하는 이도, 모두다!
자유로운 영혼(靈魂)이 능선(稜線)에 물결지어 흐르는
오름 왕국 제주로 오라!
오르리라! 닿으리라!

아직도 이 아름다운 섬을 보지 못한 이가 있거든,
삶에 지친 날개를 잠시 접고
쉬어가고 싶은 이가 있거든,
영혼(靈魂)의 정비소(整備所)가 올레 올래 깃발 치는 제주로 어서 오라!

바다너머 땅, 건너가는 섬,
지친세상을 아름답게 건네어 줄 사명의 섬,
그 이름도 거룩한 구원의 땅 濟州로 오라!

시원(始原)의 푸른 말씀 성성히
신화처럼 타오르는
들불함성을 몸으로 확인하는 자,
생각만 해도 그 가슴에 응어리는 다시 없으리!
오름 산 불덩이같이 밝은 운은! 트리니!!


오름은 '오르다'의 명사형이다. 오른다는 것은 내가 서있는 곳보다 높이가 있는 곳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즉 쉽게말해 동산이다. 그 오름을 제주에는 기이하게 여기저기 1년 365일 날짜만큼 솟아올라 있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불의 쓰임은 소중했다. 무성한 풀과 가시덤불, 벌레 등을 한순간에
제거하는데 불이 최적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호랑이나, 사자 등에 비하면 인간은 허약하기만 하다. 그런 연유로 인간의 습성은 정복하려는 욕망이 늘 서려있다. 또 불이 타는 것을 보면서 더욱 강인한 에너지가 솟아난다. 오름과 불의 조화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조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불의 쓰임이 이제는 문화라는 분야로 눈을 돌려 관광 수입이 되고 있다. 제주 새별오름 들불축제의 장관은 보지않은 사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농사는 그만둘 수 있지만 문화는 늘 항상 가까이 남아 있고 진화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들불함성을 몸으로 확인하는 자,/
생각만 해도 그 가슴에 응어리는 다시 없으리!/
오름 산 불덩이같이 밝은 운은! 트리니!!

그렇다. 이제 들불은 우리 가슴에 자리잡았다. 그 들불이 더 진화된 제주의 축제, 대한민국의 축제, 지구인의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래도 불조심은 해야 탈이 없다.[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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