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총 90 편의 시가 담겨"

내 고향엔 오래된 그림 같은 십자가 하나 그렇게 서 있다.18년이 지나 뒤에도 가난한 사람들은 또 그렇게 웅크리고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다. 낡은 피아노를 치며 하얀 벽 너머를 바라보는 늙은 여집사의 눈빛, 눈물이 그녀의 몸속 그득 고여 항시 출렁이고 있다.
                                                    「눈물, 하얀 벽」 中에서

▲ 정찬일 시인 ⓒ제주인뉴스

제주작가회의 회원인 시인 정찬일(54)이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삶의 중심에서 통증을 느끼며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그리움을 외치고 울부짖고 가슴을 쥐어뜯어 꽃피우려 가시의 통증에 박혀 살아 숨 쉬는 시인.

정찬일의 첫 시집 '죽음은 가볍다'에 이어 두 번째 시집 ’가시의 사회학‘이 출간됐다.

'가시의 사회학'은 과거형이다. 돌이켜보면 과거는 늘 아름답지만 시인은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누구나 아픔이라고 느끼면서도 잊혀져가는 과거의 시간을 노크하면서 뛰쳐나오려 한다. 지울 수 없는 가시의 ‘따끔함’이 늘 가슴에 남는 법.

'가시의 사회학'은 인간 보편에 기반을 둔 건너편에 남아 있는 감성을 자극하는 뜨거운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시집에서 자신의 시공간을 마음대로 오가고 할 수 있지만 결국 과거의 생각들을 거침없이 풀어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정제된 시어와 표현을 사용해 독자들의 가슴에 방망이질 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두 번째 시집 '가시의 사회학'에는 총 90편의 시가 담겼다.

정찬일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오랜만에 엮어내는 글에서 17년 전의 30대 후반의 나를 본다. 50대의 내가 30대의 모습, 20대의 모습이 겹쳐보인다”며 “지난(至難)한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글의 의미를 떠나 글자 하나하나의 문장(文章)에 천착했던 30대 후반의 내가 보인다”며 “서사도 아니고 단어 하나의 의미에 천착했던 것도 아닌 음운처럼 분절된 나, 그런 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어느 한편에서 여전히 유효한 글들”이라고 갈구했다.

김효선 시인은 해설에서 “작가가 느끼는 ‘통증’, ‘가시’는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그리움에서 시작되고, 그리움에서 멀어질 때 통증도 몸속을 떠난다”며 “그리운 것들이 몸속에 쌓여 가시를 만들고 그로인해 작가는 통증을 느껴왔다”고 진단했다.

또 “시인은 그 통증을 느끼며 30대, 40대를 건너왔다. 시인은 통증의 시간만큼 이제 성숙했다. 무심한 듯 통증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됐다”며 “이러한 진화는 쓸모없어진 것은 사라지고 쓸모 있는 것만 남아 위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찬일 시인은 그리움, 기다림, 혹은 추억이 가지는 힘으로 한 시절을 건너왔다”고 덧붙였다.

▲ '가시의 사회학' 표지 ⓒ제주인뉴스

△지은이: 정찬일 △펴낸이: 김동진 △펴낸곳: 도서출판 다층 △펴낸날: 2018. 2. 11 △가 격: 9,000원 △판 형: 130*210 △ISBN: 978-89-5744-089-5 (03810) △페이지수: 123p

△저자|정찬일

1964년 출생,98 ‘현대문학’에 ‘맞은편에서 붓다가 나를 바라보고’외 4편 등단, 시집 ‘죽음은 가볍다‘, 2002년 소설 ’꽃잎‘으로 제2회 평사리문학대상 소설부문 수상, 2005년 소설 ’유령‘으로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다층동인, 제주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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