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확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운영담당

▲ 홍기확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운영담당 ⓒ제주인뉴스

강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을 주장한 책 『넛지』의 저자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캐스 선스타인은 후속작 『심플러』에서 행정의 미래를 조망한다.

핵심은 단순하다. 향후 모든 행정을 ‘사용자 편의’가 아닌 ‘더 단순하게’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 편의(user-friendly)를 예로 들어보자. 가령 도민이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인터넷에서 구입하려 한다. 지금의 시스템은 ‘사용자 편의’를 고려했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품목과 버릴 곳을 선택하며 결재를 한다.

하지만 마지막 복병! 결재한 이후에는 스티커를 출력해야 한다. 출력? 요즘도 집에 프린터가 있는 집이 있나? 사용자 편의는 맞지만, 결국엔 느리다.

더 단순하게(simpler) 행정을 변환시켜 보자. 읍면동 주민센터에 방문해서 스티커를 사서 붙인 후 배출하고 싶은 날에 내 놓는다. 홈페이지는 폐쇄하거나, ‘프린터 사용 가능한 분만 인터넷으로 구입하세요.’라 공지한다. 끝.

다른 예로 2017년과 2018년 현재까지 제주도 최대의 이슈인 교통체계 개편 중 버스개편을 살펴보자.

사용자 편의는 제주버스 홈페이지, 버스노선 앱, 책자, 어깨띠, 현수막, 버스승강장 안내원 등이다. 온갖 사용자 편의를 제공했지만 복잡했다. 더 간단하게 홍보할 수는 없었을까?

단순화 해보자. 제주 120 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어디에서 어디 가려면 몇 번 버스를 몇 시에, 어디에서 타면 되냐고 물어보면 된다. 2~3번 물어보면 자주 가는 데를 외운다. 가끔 버스를 타는 사람은 그 때만 전화해 물어본다. 일시적으로 120콜센터 직원을 늘렸다, 점차 줄이면 될 일이다. 끝.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지만, 행정은 점점 단순해져야 한다. 특히 제주도민은 일을 하고, 가정을 보살피며, 쓰레기도 매일매일 버려야 한다. 바쁘다. 공부할 시간도, 적응할 시간도 부족하다.

새로운 정책도 좋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기존의 좋은 정책들을 긴 호흡과 색다른 시각으로, 더 단순하고 더 빠르게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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