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원한 제주인의 아침(29)(낭송시)고독
詩원한 제주인의 아침(29)(낭송시)고독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8.01.28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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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김상희

고독

▲ 김상희 낭송가 ⓒ제주인뉴스

      -백석-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휘파람 호이호이 불며
교외(郊外)로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문득 옛일이 생각키움은
그 시절이 조아졌음이라
뒷산 솔밭 속의 늙은 무덤 하나
밤마다 우리를 맞아 주었지만 어떠냐
 
그때 우리는 단 한 번도 무덤 속에 무엇이 묻혔는가를
알려고 해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었다
떡갈나무 숲에서 부엉이가 울어도 겁나지 않었다
 
그 무렵 나는 인생의 제1과(第一課)를
즐겁고 행복한 것으로 배웠다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하늘 높이 단장(短杖) 홰홰 내두르며
교외(郊外)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그 날 밤
성좌(星座)도 곱거니와 개고리 소리 유난유난 하였다
우리는 아무런 경계도 필요없이

금(金)모래 구르는 청류수(淸流水)에 몸을 담갔다
별안간 뇌성벽력(雷聲霹靂)이 울부짖고
번개불이 어둠을 채질했다

다음 순간 나는 내가 몸에 피를 흘리며
발악했던 것을 깨달았고
내 주위에서 모든 것이 떠나 갔음을 알았다
 
그때 나는 인생의 제2과(第二課)를
슬픔과 고적(孤寂)과 애수(哀愁)를 배웠나니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깃폭인양 옷자락 펄펄 날리며 교외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낙사랑(絡絲娘)의 잣는 실 가늘게 가늘게 풀린다
무엇이 나를 적막(寂寞)의 바다 한가운데로 떠박지른다
나는 속절없이 부서진 배(船) 쪼각인가?
 
나는 대고 밀린다
적막(寂寞)의 바다 그 끝으로
나는 바닷가 사장(沙場)으로

밀려 밀려 나가는 조개 껍질인가?

오! 하늘가에 홀로 팔장끼고 우뚝 선
저 거무리는 그림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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