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녹아내린 웅덩이를 향해 빗방울들이 점점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군요.
스르륵 눈 녹는 소리와 어우러진 빗방울들의 타전소리가 아주 경쾌하여 꽁꽁 움츠렸던 몸을 풀어헤친 저 웅덩이의 어딘가에는 뭉클거리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직도 합니다.

빗방울이 굵어지기 직전에는 볕이 곱게 내리비쳤지요.
그때 앙상한 나무줄기에서 붉은 빛을 내는 열매들이 있었습니다.

비목나무를 타고 자라던 청미래덩굴이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것입니다.

청미래덩굴은 덩굴성 식물로서 줄기에는 갈고리처럼 생긴 가시가 있습니다.

둥글넓적한 잎은 가죽질로 반들거리고 턱잎이 덩굴손으로 발달하여 다른 물체를 감으며 자라지요.

5월에 피는 황록색 꽃은 암수딴그루로 피며, 열매는 9-10월에 붉게 익는데 잘 익은 열매를 명감 또는 망개라고 부릅니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고 열매 또한 먹을 수 있습니다.

아직 하얀 숲 바닥에는 새들이 청미래덩굴 열매를 쪼아 먹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네요.

하얀 눈 위에 온전히 떨어진 붉은 열매가 곱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가지에 매달려 있으면서 눈으로 빗물로 말갛게 얼굴을 씻은 열매들은 더욱 곱습니다.

아직 생기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 어여쁨은 대단하지요.

기온이 오르고 빗방울이 떨어지며 눈을 사정없이 녹이고 있으니 수피에 붙어 잔뜩 움츠리고 있던 일엽초 또한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일엽초가 붙어 자라는 키 큰 나무 옆에선 가냘픈 상산 두 그루가 삐죽 솟아 자라는데 신기하게도 상산을 덮고 있던 눈 더미가 녹으면서 심장 모양을 만들어놓았더군요.

어쩐지 그 자그마한 모양이 심장이 박동을 하듯 숲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말갛게 고운 얼굴을 한 청미래덩굴이 방긋 웃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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