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성경자, 시평/현달환

▲ 성경자 시인 ⓒ제주인뉴스

감나무 잎 사이로 흐르는
시린 가슴에 뜨거운 눈물이
가을비 타고 한없이 흘러내린다

찌든 마음과 멍든 가슴을
가을비로 예쁘게 몸단장하고
처연히 들꽃으로 피어나고 싶다

들길에 허수아비 옷깃 적시는
가을비에 흔들리는 들꽃처럼
풀벌레 울음소리에 가을이 온다

초가을의 문턱 너머 저만치
그리운 그대 오시는 길목에서
들꽃 향기 가슴에 안고 기다릴게요

      -성경자의 '가을비 오는 날에'

가을이 가을답다는 것은 이런 말일 것이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낙엽도 지고 때론 철 이른 눈도 오고.

가을엔 뭐니뭐니 해도 비가 내리면 감성이 짙어진다. 눈물같은 비가 내리는 가을엔 누구나 가슴이 쓸쓸해지는 것인가.

수확의 계절이라는 가을의 풍성함속에 또 다른 이면이 숨어있는 가슴속에는 텅빈 마음이 있어, 내리는 가을비로 채우곤 한다.

초가을의 문턱 너머 저만치/그리운 그대 오시는 길목에서/들꽃 향기 가슴에 안고 기다릴게요/

가을엔 떠나는 자, 다시 돌아오는 자, 기다리는 자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가을비 오니 날씨가 꽤 춥다.[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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