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고희화, 시평/현달환

▲ 고희화 시인 ⓒ제주인뉴스

친정집 마루 밥상 위에
수북이 쌓인 쓰다만 편지지
구미에 사는 막내딸 보고 싶어
삐뚤 삐뚤 서툰 글씨
어머니 마음을 훔쳐 봉투에 넣고
속달로 부친다

이제 답장을 써도 읽어줄 어머니
이세상 어디에도 안 계시네
                  -고희화 '편지'

그러고 보니 편지를 받아본지가 오래다.
사랑하는 이, 그리운 이, 친구같은 이들이 보내준 편지,
형제가 보내준 편지, 아내가 보내준 편지, 아이가 보내준 편지를 읽어본 지가 오래된 기억으로 남는다.

사실 편지는 소식을 전하는 도구일 것이다. 하얀 편지지 위에 곱게 써내려간 글씨를 보노라면 무작정 기쁘기만 한 것이 편지일 것이다.

시대가 많이 변해서 이제는 문자메세지가 편지를 대신한다. 어디서건 날라오는 문자메세지는 신속하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그만큼 우리는 빨리라는 습성에 편지라는 것도 이젠 잊혀져가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강남갔던 제비가 버들잎 하나 입에 물고 좋은 봄소식을 들려주던 지난 시절이 엊그제인데...이제 답장을 써도 읽어줄 어머니/ 이세상 어디에도 안 계시네 그렇게 어머니한테 편지라도 써볼 걸 하면서... 그렇지 못한다면 전화라도 자주 소식을 전해줄 걸 하면서 이 늦은 가을을 이겨낸다.

친구가 저 세상으로 떠난 오늘, 하얀 백지에 쓴 편지는 고사하고 휴대폰 문자를 보내도 받지 못한다는 현실에 눈시울이 뜨거울 쁀이다.[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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