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재선, 시평/현달환

▲ 조재선 시인/박사 ⓒ제주인뉴스

강이 익어가고 있다
찰랑대며 꼬리 흔들던 강물이
붉은 눈물 흘리는 산을 품고
안으로 안으로 익어가고 있다

비단물결 네 몸에 손을 내밀면
차갑게 뺨을 치는 강물

정물화가 되어 버린
돌아 선 마음벽을
칼바람 헤집고 몰아쳐도
꼿꼿이 서서 세상을 경멸한다

강이 익어간다
퍼덕퍼덕 출렁출렁
살아 있음에 기뻐 춤추던 강물이
이제 천근만근 깊어진 내공에
안으로 안으로 붉게 타들어 간다

           -청향 조재선의 '가을강'

길어진 낮이 이제 거꾸로 길어진 밤이 되는 요즘, 단풍이 물들고 마지막 색상으로 세상을 유혹한 후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거름이 되는 낙엽의 일생을 보면서 인생 또한 그러함을 느낀다.

세상을 그렇게 요란하게 울려 퍼지며 살던 시간이란 추억 속으로 퍼덕퍼덕 출렁출렁/살아 있음에 기뻐 춤추던 강물이/이제 천근만근 깊어진 내공에/안으로 안으로 붉게 타들어 간다/

오로지 지금은 수줍어 고개 숙인 햇살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역류하기만을 고대해본다.

인생이 마냥 그렇게 흘러간다는 것, 시간처럼 그냥 흘러간다는 것은 단조로운 삶이 아닌가.

삶의 반전, 그런 삶이 우리에게, 아니 나에겐 필요하다. [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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