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김지희, 시평/현달환

▲ 김지희 시인 ⓒ제주인뉴스

앞마당에 감나무 한그루 심고 싶어
감나무 등불 켜는 가을 오면
그 등불 아래서
에밀리 디킨슨 만나고 싶어
그 사진
심장에 등불 하나 켜고
그녀 읽으며
내 영혼에도 등불 밝히고 싶어

                   -김지희의 '감나무'

노모가 살고 있는 고향집 마당에는 잔디가 자라고 있고 비자나무 한그루가 오래전부터 서있다

여름이 익어가면 비자나무의 몸에서 나오는 짙은 냄새는 온동네를 정화시킨다. 그렇게 푸른 집에 홀로 계신 노모는 제멋대로 자란 나무의 잎사귀를 정리정돈까지는 못하고 있다.

자식이 성장해서 세상에 내놓았을 때 노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자식들이 알아서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비자나무도 그런 노모를 생각해서일까.
옆으로보다는 위로만 잘 자라고 있다. 내년 봄에는 비자나무 옆에 앞마당에 감나무 한그루 심고 싶어/ 감나무 등불 켜는 가을 오면/그 등불 아래서/에밀리 디킨슨 만나고 싶어/ 그 감나무 자라서 감이 익었을 때 노모에게 하나 드린다면 노모는 얼마나 좋아하실까?

올 가을엔 노모가 더욱 외롭지않게 자주 감이라도 사고 가야지.[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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