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태희, 시평/현달환

▲ 신태희 시인 ⓒ제주인뉴스

꽃을 놓친 것처럼
꽃을 놓아주며
나뭇가지는
한껏 늘였던 손목을 거둔다

가지를 놓친 것처럼
가지를 놓아주며

꽃잎은 멀리 가서
아주 울지는 않고
서러웠다

겨우, 묽다

-신태희의 ‘별리‘

가을은 곧 이별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조만간 겨울이란 계절이 돌아오면 이별의 광경이 여럿이다.

나뭇잎과의 이별, 가을 햇살과의 이별, 시간과 공간과의 이별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이별은 다시 만남의 가능성을 두고 살지만 별리는 영원히 헤어져 떠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시간이 그렇다. 영원히 떠나는 저 꽃잎의 마지막 영혼을 달래줄 필요가 있다.

사실, 이별이란 것에 대해 우리는 매일 익숙해져 있다. 어제의 시간과 오늘의 시간이 같은 질량의 시간이지만 이별을 하고 있다. 가을이란 속성으로 인해 발끝에 내려앉은 저 낙엽도 한때는 유망한 꽃잎이었으리라. 그런데도 꽃잎은 멀리 가서/ 아주 울지는 않고/ 서러웠다. 시인이란 눈가에는 늘 수정 같은 눈물 한 방울을 예비로 갖고 있어야 한다. [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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