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IN 제주](4)박정인 소망요양원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는 무조건 희생 따른다는 인식 바꿔야”

제주인 뉴스는 ‘음지에도 당당한 제주인’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장인 정신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는 칭찬받아 마땅한 제주인을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다.

진정한 제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이 기회를 통해 음미해보면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우리 사회와 가정의 교통신호등 같은 사회복지사 ‘주은 박정인’ 씨를 만났다. 앞으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오는 9월7일은 제18회 사회복지의 날이다. 사회복지의 날은 국민의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련 종사자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또한 9월 7일부터 1주간을 사회복지주간으로 지정하고 있다.
좀 더 깊게 살펴보면 1999년에 사회복지대회에서 4월 30일을 사회복지의 날로 정했으나 2000년에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하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공포일을 사회복지의 날, 9월 7일로 지정됐다.

흔히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말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좋은 일 하네요” 혹은 “힘든 일 하네요” 등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장수시대에 살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요양원들이 많이 출현되고 우리 사회에 사회복지사 역시 많이 분포돼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 사회복지사들의 활동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기자는 이 분야를 잘 모르지만 가족과 혹은 단체들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봉사를 가보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분들이 이 사회복지사 분들이다.

기자는 사회복지의 날을 맞이하여 이 분야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사회복지사님을 만나기 위해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자리 잡은 소망요양원(원장 고경애)에 달려갔다. 소망요양원은 구좌읍 김녕리 초입 일주도로에서 600 미터 가량 조금 더 안쪽 길로 들어가면 나타났다.

거기서 미리 약속한 박정인(49) 사회복지사 선생을 만났다. 페북을 통하거나 기타 봉사 단체 등으로 알음알음으로 알고 있던 박 선생은 첫인상만 봐도 선한 이미지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모습에 편안함을 느꼈다. 그야말로 제2의 백의천사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본인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저는 평상시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막상 일을 할 때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부지런하고 깔끔하며, 성실함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여려 눈물이 많으며 나의 주관과 생각보다는 남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약한 성격이 단점이 되기도 하죠.(웃음)

어릴 적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얼굴도 몰랐고 형제로는 오빠 하나인 단출한 가족인데, 제 오빠는 일찍이 타지에 나가 공부와 생계를 꾸려서 저는 외할머니와 어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래서 형제가 많이 없던 저는 늘 식구 많은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이다음에 결혼하게 되면 형제가 많은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어 했고 자녀도 많이 낳고 싶었지요. 그나마 배우자인 남편도 형제가 많은 가족이라 시집갔는데 사실 생각처럼 아이는 많이 낳지 못하고 아들 둘만 낳고 살고 있지요(웃음)

지금은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차를 타다가보면 경치 좋은 조천리 마을이 나오는 데 그 마을에 오랫동안 살고 있고 큰아이는 졸업 후 취업준비와 막내는 군대 제대 후 복학준비로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고 있지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이유나 사연이 있을까요?

-저에게는 세상에서 최고이셨던 외할머니께서 초등학교 학창 시절에 돌아가셨지요. 또 뜻하지 않게 오빠의 갑작스런 사고로 하늘나라로 가서 젊은 날부터 가장 아닌 가장이 됐지요. 아들을 잃어 늘 근심이셨던 어머니와 단둘이서만 살았던 나의 유년 시절을 기억하면 외롭고 슬프기만 합니다만 홀로 계신 어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 늘 마음이 아팠고 남모르게 눈물 짓는 날도 많았죠.

또 아가씨 때 잠깐 읍사무소에 근무했는데 불행하게 교통사로 인해 쉬게 되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치매 환자의 급증과 사회 전반적으로 노령의 인구수가 많아진다는 뉴스를 접하며 노인장기요양제도 및 시설입소, 재가서비스 등의 다양한 사회적 제도에 관심이 많게 됐는데 어쩌면 연세 많으신 제 어머니가 나로 하여금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한 그 첫 번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영향이었을까요? 저는 남을 도와주려 하고, 남을 배려하며 항상 배우는 마음과 자세로 인내하며 사람에 대해 차별하지 않으려는 마인드로 기도하며 지내고 있어요. 늘 보이는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지요.

# 사회복지사는 어떤 직업이라 생각하나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즉 중간 역할을 해주는 것입니다. 사회복지사들은 마치 만능 엔터테이너와 같다고 할 수 있죠. 아동보호전문기관, 가정위탁지원센터, 각 지역사회 복지관 등 배치되는 곳마다 모든 업무가 달라지겠죠. 어느 직업 못지않게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해서 관련 교육 이수는 물론 현장경험이나 공부 등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전문성을 키워야 해요.

하지만 사회복지사와 함께 일하는 관할 지자체, 종교, 학교 등 관계 기관마저도 사회복지사에게 전문성보다는 노력 봉사를 요구하고, 수혜자 대상 가정 또한 이와 같은 기대와 함께 의존하려는 욕구가 강해 속상하죠.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 등은 무엇일까요?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보통 전문대학 및 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및 사회복지 관련 학문을 전공하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취득하게 되죠.

졸업 후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1급 사회복지사를 취득할 수 있답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 사회복지의 기초이론과 방법론 및 각 분야를 전반적으로 학습하게 되기 때문에 향후 업무수행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후 구체적으로 사회복지개론, 사회복지실천 방법론, 노인복지론, 아동복지론, 장애인복지론, 가족복지론 등의 과목이 포함되며,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 사회복지 현장실습도 하게 됩니다.

그런 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와 예절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런데 인성도 중요하지만 체력도 중요한 것 같아요.(후후)

# 여기 소망요양원에서 본인이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우선은 사회적, 개인적 문제로 어려움에 있는 클라이언트를 직접, 간접적으로 케어를 하고 있지요. 다른 요양원이나 사회복지 시설과 별반 다르진 않을 거예요..

허지만 저는 그들의 처한 상황과 문제를 파악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유형을 판단하여 문제를 처리,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안을 찾는데 주안점을 줍니다.

우리 소망요양원은 입소하신 어르신들이 80여분 이상이 되는 데 직접적인 업무는 어르신들의 입. 퇴소를 담당하고 어르신들의 금전관리와 자원 봉사자를 관리하고 있으며 보호자와의 긴밀한 관계구축을 위한 상담을 하고 있답니다.

그 외 전반적인 행정 업무를 맡고 있어요.

#일을 하며 가장 행복하거나 보람됐던 기억이 무엇인가요?

-간혹 몸이 아프거나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 출근마저 부담이 되고 출근하기가 싫어지는 날도 간혹 있어요. 그런데 어렵게 출근했을 때 우리 어르신들의 예쁜 미소를 보는 순간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을 대하며 정신없이 일에 빠져 들면 그런 일들이 보람이 되며, 어르신들의 “예쁘다, 고맙다” 해 주시는 말 한마디에 힘이 불끈불끈 솟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더 열심히 하려고 마음을 먹지요.

#이 일을 하며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육체적인 노동같은 일들은 참을 수는 있지만 여기 계신 내 할머니, 내 어머니 같으셨던 분들이 어느날 갑자기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셔서 하늘나라로 소풍 가실 때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지요.

우리 요양원에 계신 분들은 가족보다도 저희들을 많이 의지하면서 지내고 있는 데 마지막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지내시다가 그렇게 하늘나라로 가시면 그동안 쌓였던 정을 떼는 게 정말 힘이 듭니다.

아마 사람 사는 세상에서 정이란 게 그래서 무서운 것 같아요.

#휴무거나 휴일 등 기타 시간에 취미활동은 무엇인가요.

-네. 여러 가지를 하죠. 시간 마다 다른 데 오전에 시간이 나면 쿨(cool)하게 배낭을 짊어지고 오름을 오르죠. 오름을 오르고 나면 피곤으로 쌓였던 답답한 마음이 풀리고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고요. 또 가끔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할 때도 있지요.

또 어떤 때는 나를 위로 해 주는 사람과 밤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요. 더러는 분위기에 취해 눈물도 흘리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좀 더 제 자신의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일부러 더 공부도 하고, 읽고 싶었던 책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가끔 시간이 되면 봉사단체에 가입돼있어서 나름대로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해요. 봉사라는 것은 자신의 금전과 자신의 시간과 자신의 체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귀한 시간이란 걸 알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얻지요.

일을 하고 난 뒤 휴식이란 것이 가장 소중한 시간인 것 같아요.

#요즘 청년실업이 화두인 데 이 직업을 가지려는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네. 요즘은 누구나 힘들지요.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복지 및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우리나라도 과거에 비해 사회복지 정책이 확대되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요즘 뉴스를 보면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데 우리나라는 초고속 고령화로 인한 고령인구 및 독거노인 증가 등에 따른 노인복지정책, 다문화가정의 증가로 인한 다문화가정 복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에 따른 아동 및 보육복지 등 수요계층에 따라 복지정책이 다변화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기존에 종합복지관에서 총괄해 온 사회복지서비스가 계층별로 세분화되어 운영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요.

개인적 견해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사회 전반에서 사회복지사의 업무가 요구될 것으로 보이며 사회복지사의 고용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죠.

아직 사회복지사의 처우가 공무원처럼 다 만족하고, 보장되고 있지는 않지만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 데 요즘 일이 힘들다고 이직률이 높아요.

우리들 역시 바람이 있다면 사회복지사도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사회복지사도 고급 인력으로 처우 개선을 해주면 많이 몰릴 거예요. 임금이 박한게 이 직업인데 사실 사명감이 앞서서 일하는 분들이 많지요.

#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나 못 다한 이야기 있으면 해 주세요.

- 치매 어르신은 귀여운 아가입니다. 때로는 아가보다 더 순진한 모습 일 때가 있고, 그 분들의 미소야말로 귀여운 아이의 미소만큼이나 예쁩니다.

또 치매 어르신은 고장 난 신호등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불이 켜지고, 불이 꺼질지도 모르는 신호 등이죠. 늘 낙상의 위험에 노출 돼 있고, 조금만 손길이 늦어도 욕창이라는 아픈 상처가 생깁니다. 깜빡거리는 인지認知의 빨간 불 앞에선 늘 고장 난 신호등임을 인식하는 게 참 서글프죠.

우리나라에 사회복지라는 개념이 들어온 것은 꽤 오래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사회복지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시작인 전쟁고아 구호에서 크게 나아간 것 같지 않다.

사회복지사가 도덕성, 이타심, 봉사정신 등이 일반인들보다 높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이견이 없지만 무조건적인 희생이 뒤따라야 된다는 인식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흔히 사회복지사는 사회적, 개인적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의뢰인을 만나 그들이 처한 상황과 문제를 파악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유형을 판단한다.

또 문제를 처리,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안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한다.

아울러 재정적 보조, 법률적 조언 등 의뢰인이 필요로 하는 각종 사회복지프로그램을 기획, 시행, 평가한다.

또 공공복지 서비스의 전달을 위한 대상자 선정 작업, 복지조치, 급여, 생활지도 등을 한다.

이어 사회복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교육시키고 배치 및 지도감독 등도 한다.

그러면서 사회복지정책 형성과정에 참여하여 정책분석과 평가를 하며 정책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 사회복지사들의 업무들이다.

한편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개인적 조사 및 사회조사 작업을 진행하며 정신질환이 있는 자의 사회복귀 촉진을 위한 생활훈련 및 작업훈련, 그 가족에 대한 교육, 지도 및 상담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부터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 분들의 역할은 엄청나다.

아름다운 사회가 이뤄지기 위해선 중간자의 역할을 하는 이 사회복지사분들의 노고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 중간자들의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교통체중인 병목현상처럼 사회는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박정인 선생을 만나보면서 이분들의 드러나지 않는 봉사의 손길이 우리 사회를 굳건히 지키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결코 무시하지 않는 사회, 사람을 그냥 사람으로 대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사회, 이것이 진정 21세기에는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분들의 든든한 손길이야말로 점점 인정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제주사회의 온정의 끈으로 단단하게 이어줄 마지막 제주인의 자존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백세 인생에서 딱 절반을 살아온 '주은 박정인' 선생,
어릴 적 가정에 많은 우환이 찾아왔지만 그 어려움을 꿋꿋하게 이겨내서 내면이 강한, 아니 더 아름다운 여성으로 남아 있는 사회복지사 박정인 선생,
만능인이 돼야하는 사회복지사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박정인 선생,
우리 제주사회에 오랫동안 건강하게 많은 어르신들의 작은 천사로 길이 남기를 빌어본다.

짙은 커피향이 달콤한 이유는 향기로운 사람과의 공유한 시간 때문이었으리라. 늘 천사 같은 마음으로 어르신들의 교통신호등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주의 은혜 '주은 박정인' 선생이 내게 보여준 어버이날 어머니께 쓴 글을 함께 올려본다. 노모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깊게 서려있어 더욱 가슴이 뜨거워진다.

5월8일
당신의 그날,
아주 작은 별 모앙의 녹음기 하나
당신 초라한 어깨춤에 채웁니다
모습, 목소리
일거수일투족
그 안에 있습니다.
그 안에 다 담깁니다
오롯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까지.
별 녹음기는 당신 목소리,
당신 모습이 되어
내 가슴에 울립니다.

사랑합니다…….
또 사랑합니다
견디지 못 하는 당신의 5월
그리고 8일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낳아주셔서 감사하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아있어줘서 감사합니다

- 박정인 선생의 ‘5월8일 당신의 그날’

[현재 박정인 사회복지사 모친께서도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박정인 프로필
△아호 주은
△구좌읍 김녕리 출생
△태어난 해 68년 8월
△사는 곳 조천읍 신북로
△연락처 010-8621-4237
△e-메일 cdki1004@hanmail.net
△만장봉사단 회원
△함덕적십자봉사회 회원
△소망요양원 사회복지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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