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IN 제주](3)설하 부희정 목공예 디자이너
“나무의 다양성이라는 성질, 나를 너무 닮았다”

제주인뉴스는 ‘음지에도 당당한 제주인’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장인 정신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는 칭찬받아 마땅한 제주인을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다.

진정한 제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이 기회를 통해 음미해보면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나무의 다양성을 사랑하는 설하 부희정 씨를 만났다. 앞으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땀이 흐른다.
그 땀은 노동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훌륭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땀이 없는 노동은 한낱 겉치레에 불과하다.
땀이 있다는 것은 소중한 시간을 채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땀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땀이 흠뻑 젖은 모습은 차마 신비로운 자태로 매료되게 만든다.

휴일을 맞아 휴양과 치유를 겸한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입구에 서있는 제주 전통 돌하르방의 환영인사를 받으면서 들어갔다.

무더위에도 땀의 가치를 소중하게 느끼며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살며 나무라는 소재를 이용해 많은 이들이 감상을 하면서 좋아하지만 정작 본인은 직접 체험을 통해 작품 행위에 전혀 두려움 없이 좋아하는 길을 걸어가며 독보적인 예술가의 경지에 오르려는 설하 부희정(46) 선생을 만났다.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던 설하 선생은 기자와의 약속 때문에 응했다며 처음 만난 인상은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났기에 기자가 생각건대 설하 선생이야말로 땀으로 덮인 모습에서 무언가 예술가의 경지를 걷고 있다는 진정성을 느끼게 했다.

그것을 보면서 예술가의 기질이 있구나 하는 직감을 가지며 설하 선생의 목소리가 차츰 풀어 질 때 담을 쌓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인터뷰를 하다보면 이런 저런 얘기가 다 나온다. 그러나 그 인터뷰 내용을 다 쓰다보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기자는 그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고지하면서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했다.

설하 선생은 “사실 어릴 적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후 미술대학에 원서를 냈지만 아쉽게 낙방했다”며 “대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나름대로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미술공부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디자인 학원에 등록해서 미술공부에 심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하 선생은 “사실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당시에 대학이란 곳을 안가는 게 대가족이었던 우리 부모님께는 효도(?)한 것이 아닌가 하면서 다행이다 싶었다고 한편 생각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설하 선생은 서울 등 여러 곳에서 미술 분야 등에 시간을 할애하고 두루 공부하다 아름다운 제주에 매료돼 줄곧 제주에서 살고 있다며 그야말로 살아있는 당찬 여성의 느낌을 받았다.

설하 선생은 “현재 제주시 자연의 보고인 절물자연휴양림에 있는 나무 목공 등을 이용해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계약직은 아시다시피 임금도 최저기본임금인데 생활은 빡빡해요. 그래도 일을 갖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설하 선생의 색다른 형태로 예술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싶어 지난 어느 때보다 더욱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도대체 남자들이나 하는 이런 형태의 예술행위에 더욱더 공들이며 심취한 설하 선생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 아호가 굉장히 예쁩니다. 본인이 누구인지 설명해주세요.
- (웃음) (쑥스러운 듯) ‘설하’라는 아호는 ‘눈처럼 하얀 순백한 삶과 여름처럼 뜨거운 열정을 갖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요, 저는 동쪽에 있는 구좌읍 토끼섬의 고장 ‘하도리’라는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고등학교까지 고향에서 살다가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대학입시에서 미술과에 원서를 넣었지만 보기 좋게 낙방했다. 미술에는 관심이 많았던지 그 후 여러 학원 등지를 돌며 미술 분야를 두루 공부했어요.

#서울에서 미술에 대한 공부와 일을 하다가 내려왔다고 하던데 이유가 무엇인지요.

-네, 어릴 적부터 이쪽 디자인에 대한 공부를 하고 디자인 분야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차에 고향을 그리워하다 아름다운 제주에 매료돼 나의 보물들인 대학생 큰딸, 고등학생 작은 아이, 그리고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데 과감하게 정리해서 내려와 미술에 관련된 분야를 찾다가 우연찮게 여기 절물휴양림에서 모집광고를 보고 원서를 내고 들어왔어요. 여기에 오면서부터 저는 나무라는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에 푹 빠져버렸죠.

#여기 절물휴양림에서는 무슨 일을 하시나요?

-제주도 최고의 휴양림인 절물휴양림에는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는데요. 사실, 여기 절물에는 장생이 숲길이 있어서 그런지 주말마다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데 거의 숲길을 걷기 위해 찾아오고 있지요. 체험관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고요.

제가 일을 하는 이곳은 절물휴양림에 들어와서 우측으로 들어온 뒤 장생이 숲길 입구 왼편에 보면 체험관이 있어요. 이곳에서 일을 하는데요. 저는 여기서 나무라는 소재를 갖고 다양하게 조합을 하며 글씨도 새기면서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지요. 후후(웃음)

기자는 나무라는 소재를 이용해 인두 등을 가지고 글씨라는 언어를 입혀 생명을 불어놓는 새로운 형태의 작품 활동을 육지에 여행이나 갔을 때 관광지에서 목격했던 것을 실제로 여기서 할 수 있는 체험장이 있다는 것에 반가웠다.

#그렇게 얘기하니 알 듯 말 듯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여기엔 숲의 보고라서 나무들이 엄청 많지요. 그런데 나무들이 전부 싱싱하게 자라는 것은 아니잖아요. 수명이 다해 나무들이 말라 죽은 나무, 혹은 태풍 등에 쓰러진 나무들이 있는 데 그 나무들을 활용해서 조각 작품을 만들거나 단면 등에 인두 등을 이용하여 글씨를 새겨 멋진 예술작품을 만들거나 아니면 학생이나 관광객 가족 등 누구든지 오셔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데요. 그런 일들을 같이 도와주고 여기에 전시된 작품들을 관리하는 작업도 한답니다.

#여기에서 업무를 보시는 분들을 소개해주세요

-여기 절물휴양림은 소장님이 최고 관리자이시고요, 입장료를 받는 업무, 관리 등 많은 분들이 근무하고 있지요. 여기 체험관에서 일하는 분만 모두 다섯 명입니다. 두 분은 정직원이고 나머지 두 분은 계약직, 마지막 한분은 아르바이트입니다. 저도 사실 계약직인데요, 금년 말경에 다시 계약직 기간이 만료가 되어 불안하기만 합니다.

#여기서 일을 하면서 보람이랄까 가장 기쁠 때는 언제인가요?

-네, 여기선 작은 형태의 작품들은 바로 만들지만 큰 나무 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 때엔 시간이 조금 흐르는 데 작품 중에서 디테일하게 만들어져 내 맘에 쏙 들게 만들어 졌을 때 기분이 좋지요. 작품에 내 맘을 실어보면 더욱더 애정이 갑니다.

아울러, 디테일 작업에 빠져서 나도 모르게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거나 집중했을 때 어깨나 목 등이 아프거나 눈이 침침하게 보일 때 속으로는 건강이 걱정이 될 때도 있어요.

# 나무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 그전에 디자인 공부를 할 때 나무의 소중함을 몰랐지요. 절물에 온지는 한 5년 정도 됐는데 그 이후 나무의 재질에 대한 성질을 알게 됐고 나무의 장점을 살피게 되면서 나무를 사랑하게 됐어요. 사실 어찌 보면 나무라는 소재는 우리 주변에서 친숙하게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나무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는 데 볼펜으로 그림을 그려도 되고, 붓으로 글씨를 새겨도 되고, 칼이나 망치 등 온갖 도구를 이용해 글씨를 파거나 새겨도 되는 것은 나무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이나 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모두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아이 셋이랑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 같은 사람들 대부분의 희망이지만 지금 신분이 절물에서 계약직 근로자로 일하고 공무직(무기계약직)이 되어 목공예실에서 계속 근무하는 게 소원이고요. 이후에 작은 공방 같은 곳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사람들과 공유하는 장소를 만들어서 일하는 게 마지막 꿈입니다. 그러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요.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는 데 어떤 조건 없이 진행이 된다면 그만큼 큰 행복이 없겠지요. 작지만 소박한 꿈이지만 언젠가 그러한 공방을 만들어서 나만의 공간, 체험공간을 만들어서 많은 이들과 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어요.

또 절물생태관리사무소 목공예 체험실은 보시다시피 가족들이 많이 찾아오는 데 그러다보니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집중이 덜되고 있어요. 깊게 작품을 열중해서 만들고 있을 때 방문객들이 드나들면 집중하는 데 조금 애로사항은 있지요.

설하 선생은 “절물 목공예체험실에서 발생하는 목공예 체험과 재료 공급 비용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성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기존에 ‘가족과 함께하는 나무 작품 만들기와 목공예작품 둘러보기’란 제목의 78쪽 분량으로, 작품을 만드는 순서대로 사진을 배열해 만드는 방법을 쉽게 설명하는 책자를 만든 것이 있는 데 말 그대로 그것을 참조하면서 쉽게 체험활동을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절물생태관리소(소장 박두원)는 산림의 공익을 국민들에게 선사하며 친환경 생활패턴에 맞춘 관광과 휴양 그리고 생태체험의 장으로 숙박시설, 세미나실, 숲 길, 산책로, 쉼터, 놀이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산림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절물휴양림은 삼나무길로 유명한 1112번 도로에 있다. 정확한 위치는 제주시 명림로 550이다. 산림청에서 관리하며 300ha의 면적을 자랑한다. 입장료는 어른 1천원, 주차는 2천원을 받고 있었다.

 절물휴양림에 위치한 삼나무(제주어 숙데낭)들의 수령은 40-45년 정도 된다고 한다. 삼나무는 빨리 자라는 특징이 있어 방풍림 역할을 하기 위해 많이 심어졌다. 요즘은 방풍림 뿐만 아니라 자연휴양림으로써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삼나무 식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삼나무의 특징이 빨리 높게 자라는 대신에 주변에 하층 식생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 아쉬운 것은 여기 절물휴양림의 삼나무가 편백나무 수종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 절물휴양림은 삼림욕하기엔 최적이다. 피톤치드나 테르팬 같은 좋은 성분이 나와서 건강에 좋다. 기자가 찾은 이날 주말에도 주차장에 차가 진입이 안 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와 가족과 동호회 등 단체들이 삼림욕과 걷기 등을 하면서 나름대로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여하간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행복하겠다 싶지만 나름대로 그렇게 풍족한 임금을 받지 않기에 또 다른 고민들이 숨어 있어 푸른빛의 나무색으로 둘러싼 숲속 나무사이로 보이는 세상을 통째로 감싸는 파란 하늘의 색상이 더 섧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저 연약한 촛불 같은 여인의 모습은 진정 우리 제주를 지탱하는 제주인의 당당한 참모습이 아닐까 싶다. 부디 소원하는 모든 일들이 하나둘씩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보다는 내면을 조금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고 눈물이 있어 잠시 상념의 시간을 갖는다면 그나마 조금은 치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내 자신이 많이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었다.

절물휴양림을 돌아오면서 숙데낭의 높이보다 더 큰 제주인의 큰 발자국들을 확인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늘 시원할 것만 같은 절물 휴양림이란 제목의 시 한수를 남기고 돌아왔다.

물 한 모금 주라해서 주고 왔다
새 한 마리 있으면
좋겠다해서 불러왔다
꽃 한 송이 있으면
좋겠다해서 심고 왔다
싱싱한 풀들이 자랐으면
좋겠다해서 놓고 왔다
돌멩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해서 던져 줬다
나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해서 모셔왔다

밤이면 별들의 고향,
낮엔 그대의 쉼터가 되나니
향기로운 내음으로 남아
너도 웃고 나도 웃어야지

아, 발자국 마다 저절로
영탄이 나오는 이곳 숲속으로,
가지 말고 남아있어라
남아 있어 가지말아라
자꾸만 귓전을 두드린다

- 현달환 ‘절물휴양림’

■부희정 프로필
▲아호 설하
▲초등학교 하도초등학교 졸
▲태어난 해 71년 12월생
▲메일주소 bhj2665@hanmail.net
▲연락처 010 4923 2923
▲주소 제주시 용문로(용담동)
▲목공예디자이너
▲제주절물자연휴양림 계약직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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