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IN 제주](1)고은희 댄스클럽 대표
"30년 동안 열정과 신념이 나를 우뚝 서게 했다"

제주인뉴스는 ‘음지에도 당당한 제주인’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장인 정신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는 칭찬받아 마땅한 제주인을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다.

진정한 제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이 기회를 통해 음미해보면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앞으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댄스는 운동이다. 운동은 나의 인생 그 자체입니다”
제주도 스포츠댄스업계를 선도하는 고은희 대표가 입버릇처럼 늘 하는 말이다.

4일 기자와 만난 고은희 대표(47)는 제주 서귀포시 남원이 고향이라 했지만 제주도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서울에서 시골에 내려온 사람처럼 서구적인 미모와 품위를 지니고 있었다.

약 1시간 넘게 기자와의 만남은 시간이 어느새 이만큼 지났지 할 정도로 살아온 인생 그자체가 드라마틱했다.

사실, ‘고은희’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지난 3월 25일 정기공연 발표회장 이었다. 시인으로 등단한 지인이 댄스스쿨 다닌다면서 본인도 댄스스쿨 발표회를 한다기에 ‘제주학생문화원에 시간나면 한번 와서 구경하시라‘는 구애에 가까운 부탁-관중역할-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 주말 볼일을 본 뒤 어느 정도 발표회가 시작된 한참 후 입장을 하고 뒷좌석에 앉아 구경을 하던 중 금세 후회를 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좀 더 일찍 와서 구경할 걸” 하는 후회였다. 그야말로 학생문화원 자리가 꽉 차고 쾅쾅거리는 사운드와 신나게 춤을 추는 줌마들의 움직임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충격을 먹었다.

이제까지 살면서 난생처음 이런 흥미로운 댄스는 처음이었다. 폴댄스는 과거 젊은 시절 캐나다 벤쿠버에서 어느 카페에서 생맥주를 마시는 데 무대에서 댄서들이 춤을 추는 걸 본 이후 이런 댄스는 난생 처음이었다.

그리고 초등학생부터 청년 및 중년과 장년 여성분들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층이 분야별로 댄스 공연을 하는 것을 보는데 한눈 팔 수 없을 정도로 사로잡았다.

또 제주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폴댄스 등 알지도 못하는 다양한 댄스들을 선봬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아우성을 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 공연을 기획한 “고은희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하고 머릿속에서 강한 기억에서 떠나질 않았다.

12년이란 세월이 흐른 그동안 12회까지 공연발표회를 했는데도 5천명이나 넘게 저장된 내 핸드폰에 이 분의 이름이 없다는 것에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지인에게 고은희 대표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전했더니 돌아온 답은 흔쾌히 오케이였다.

일단, 언제 인터뷰하자고만 약속을 해놓고 바쁜 와중에 시간이 흘러갔고 드디어 지난 4일 마주앉아 인생의 스토리를 야금야금 흡수하게 됐다.

고은희 대표는 제주도에 흔치않은 댄스열풍이 생소한 시기인 20대 초반인 88년도부터 살을 빼기 위해 에어로빅이라는 인연을 갖게 됐다. 그때 그녀는 천장에 걸려있는 ‘에어로빅 강사 자격증’ 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는데 젊은 나이였지만 ‘나도 자격증을 따야지’하는 그 생각에 주말에 홀로 서울에 오고가면서 자격증을 따고 강사생활하면서 시작된 게 계기였다고 말했다.

당시 두 아이를 출산하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강사생활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고 대표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집념과 열정으로 살아오면서 에어로빅 강사가 천직 같은 숙명이라 생각되어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실제로 에어로빅 강사라는 직업은 고되고 힘든 일이었지만 하나하나 회원들과 몸을 만들어가는 연습과정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고 힘을 내고 행복을 찾았다.

고 대표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달리기 선수로도 활약했다”며 “이로 인해 춤을 좋아했는데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에 에어로빅, 벨리댄스까지 섭렵하고 어디에선가 새로운 유형의 댄스 장르 등이 나왔다면 몸을 사리지 않고 돈을 버는 대로 배우는데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동안 꾸준하게 이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고 대표는 주저 없이 “열정과 신념”이란 답이 돌아왔다.

고 대표는 “내가 배워서 다른 분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제주도는 전혀 이런 댄스를 접해볼 수 없다”며 “그래서 힘들어도 새로운 유형의 댄스를 배움에는 게을리 하지 않고 왔기에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초창기에 문화관광부가 주최하는 생활체육 보디빌딩 자격을 취득하면서 ‘고은희 남녀헬스 에어로빅센터’를 설립해서 운영했다.

에어로빅 예찬론을 펼치는 고 대표는 “에어로빅은 곁에서 보는 것보다 아주 격렬한 운동”이라고 말한다.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한바탕 몸을 흔들고 나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힘들다는 걸 의식을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고 대표는 재즈 댄스 자격증을 취득하고 중학교 특기적성 재즈 강사로 나가기도 했다. 2005년 꿈에 그리던 고은희 댄스스클을 설립하고 제주 산업정보대학교 레져스포츠학과 댄스강사 겸 겸임교수로 나갔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재능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생활체육 에어로빅경연대회 단체전을 지도했었는데 최우수인 1등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이런 우승의 쾌거는 강도 높은 훈련을 끝까지 견뎌준 선수들의 노력도 있겠지만 고대표의 창의적인 안무 구성과 열성적인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짐작됐다.

고 대표는 2007년 국제에어로빅 심판자격 1급 자격을 취득하고 전국 스포츠 에어로빅 학생부 심판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그녀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서울까지 가서 폴댄스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면서 제주도 최초로 폴댄스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고은희 댄스스쿨에서 가르쳤다.

폴댄스를 하다보면 일일이 가르치고 시범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 몸 구석구석 상처도 나겠지만 온몸 운동으로 근육이 전부 터치가 돼 매끈한 바디라인을 만드는데 효과가 아주 좋다고 한다.

특히 고은희 댄스스쿨에서 가장 자랑할 것이 무엇인가 묻는 질문에 바로 ‘정기발표회’라고 했다.

고 대표는 “20대부터 운동을 시작해 그 시대에 따른 새로운 장르를 꾸준히 배우며 제시하고 변해가는 댄스흐름에 맞추어 가다보니 어느덧 체육댄스분야의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며 ”남이 뭐래도 엄청 노력을 했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 서울에서 매주 찜질방에서 생활했던 것이 저를 우뚝 서게 했다“고 말했다.

또 “늘 앞서가려고 노력해도 뭔가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계속 노력하다보니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습득이 빨라지더라”는 고 대표는 “매번 정기공연회에서 늘 새로운 장르 하나씩을 선보였으며 10회 정기공연회에는 폴댄스를 선보이고 지난 12회 때는 전회원이 폴댄스를 선보였다”고 했다.

정기공연을 하려면 몇 달 전부터 수강생을 받지 않고 오로지 연습에 집중만 해야 돼서 고 대표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자비로 이익보다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자기가 가야할 길을 쉬지 않고 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 대표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이겨내며 이제까지 12번의 정기발표회를 했다”며 “회원들은 강사의 지도하에 요가, 댄스, 태보, 댄스, 에어로빅, 트렘폴린 폴댄스 등을 선보이는데 발표회를 보노라면 회원들의 배움과 열정의 시간들을 더욱 의미 있게 돌아볼 수 있는 자리가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고 대표는 “지금 제가 양성한 강사만 현재 활동 중인 친구들이 20여명이 있다. 그게 큰 보람인데 노하우를 전부 전수해줄 수 있는 제주도의 스포츠댄스학교랑 스포츠댄스 봉사단체를 확산시키는 것이다”라며 “아직은 희미하지만 이제까지 달려온 것에 비하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자격증이 도대체 몇 개나 되냐고 물으니 “요가, 댄스, 에어로빅 등 너무 많아 셀 수가 없다”고 답을 하는 꿈이 많고 열정이 많은 고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기자가 느꼈던 서울의 어느 줌마가 아닌 제주도 어느 해안의 해녀의 딸, 요망진 ‘제주인’이었음을 알게 된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것은 고 대표가 보여줄 13회 공연에는 어떤 공연으로 선보일지 자못 궁금하기만 했다. 고 대표의 열정에 감복해 만약에 기회 된다면 제주도지사를 섭외해서 참석할 수 있도록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을 해줬다.

어느새 스포츠 댄스가 우리 사회에 밀접하게 정착이 된 지금, 눈물과 땀으로 이겨온 세월로 생소한 문화를 볼모지에 뿌리내리게 한 제주인의 집념과 강인함이 여름의 뜨거운 열기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받는 하루였다.                                              [공동취재 오경희 시민기자]

▲고은희 대표 약력
△서귀포시 남원읍 출생
△05.국제대학교(구제주산업정보대학)레저스포츠학과 댄스 강사
△11.제주대 경영대학원 졸업
△제주한라대학교 유아교육 예술실기 강사
△15 대한폴댄스연맹 제주점장
△점핑하이 제주지부장
△사)한국생활체육지도자협회 제주지부장
△사)한국생활체육스포츠협회 제주지부장
△여성문화센터 설문대학교 댄스강사
△대한체조연합회 이사
△고은희 댄스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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