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그 歷史의 소용돌이 속에서

▲ 필자 ⓒ제주인뉴스

다음날 아침 5시 기상나팔소리에 우리들은 기상하였다. 인민 군복으로 갈아입고 내무반을 정돈한 후 모이라는 내무반 조교의 목소리에 운동장으로 뛰어나가서 부대별로 줄을 섰다. 병력은 300명 정도였다. 당시에는 훈련받을 사람들은 모두 인천형무소에서 함께 지냈던 제주, 순천, 여수에서 온 사상범 동료들이었다.

인민군 훈련대장이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는데 양 어깨에는 별3개를 단 인민군 군관이었다. 큰 목소리로 “여러 동무들은 들으시오. 남조선괴뢰도당을 물리치고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 우리 다 같이 만세삼창을 부릅시다.”하면서 “제가 선창을 할 터이니 동무들은 따라하시오!” “인민공화국 만세! 김일성 장군 만세! 스탈린 대원수 만세!”하고 삼창을 부른 다음 “동무들은 지금부터 조선인민군내무서원 훈련을 받고 남한으로 내려가서 치안을 확보하고 자본주의를 타파하여 인민공화국 건립에 충성을 다하여야하며 김일성 장군께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까?”라고 하자 모두 “예!”하고 대답하면서 박수를 치는데 그 소리가 운동장이 떠나갈듯이 우렁찼다.

간단한 연설 후 아침식사를 하고 운동장으로 집합하라는 훈련조교의 말이 있었다. 식사는 이전의 인천형무소식사와는 다르게 나왔다. 밥은 현미쌀밥이며 약간 노란색이고 국은 버터 국이고 부식은 김치 등으로 배고프지 않을 정도였고 숙소에는 1인용 간이침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부대편성이 있었는데 나는 1중대 2소대 3분대로 배속 받았다. 처음의 훈련은 제식훈련이었는데 남한군대의 훈련과 달라서 처음에는 힘이 들었다. 제식훈련을 2시간 정도하고 다음에는 총검술 훈련을 하는데 조교가 시범을 보인다음 실제 하도록 총을 주었다. 그러나 총 숫자가 적어 훈련병 각자에게 주지 않고 서로 돌려가며 훈련을 하였다. 사격술예비훈련(PRI : Preliminary Rifle Instruction)도 시켰다. 교육장은 우리가 주둔한 곳에서 야외 소나무 밭으로 이동을 하면서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엄폐, 은폐된 곳을 찾아 그 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소(牛)들이 소나무에 묶여있는 것을 볼수 있었는데 피난가면서 소 주인이 급히 버리고 간 소 들이라 하는데 인민군장교들이 부식으로 잡아먹는다고들 하였다. 야외교육은 1개 소대별로 앉아서 받는데 책상도 준비되어 있었다. 교육내용은 내무사원에 필요한 교양이 되는 내용으로 별을 단 군관이 교관이었다.

교육내용은 모스크바 삼상회의에서 진행했던 일들을 집중 강의하였다.

모스크바 삼상회의는 어떤 회의인가?

1945년 12월 16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미, 소, 영 3개국에서 조선 문제가 집중 결의되었는데,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정사항을 요약하면 개략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세력이 참여하는 임시조선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할 것.

둘째, 임시정부와의 협의하에 최고 5년간의 4개국 (미, 소, 중, 영)에 의한 신탁통치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

셋째, 전적으로 조선인이 임시정부를 통해 스스로 통치 할 수 있게 할 것.

넷째, 조선 문제해결을 위한 미, 소공동위원회를 설립 하고 조속히 논의할 것 등이다.

그 외에 남조선을 해방시키는 당위성, 김일성 장군 어버이 수령님께 충성을 바치도록 하는 사상교육과 정치교육 등이 있었다.

1946년 1월 2일에는 북한측은 신탁통치를 찬성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우리 민족은 김구와 이승만을 중심으로 신탁통치반대 국민총동원 위원회가 결성되면서 반탁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처음에는 공산주의자들까지 반탁운동에 참가하여 민족단합의 계기가 마련되는 듯하였으나, 우리나라를 넘보는 소련의 지시를 받은 그들은 곧 찬탁으로 돌아서서 국민의 빈축과 실망을 사게 되었다.

신탁통치 안에 대한우리민족의 격렬한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신탁통치 문제와 조선민주주의 임시정부수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 소 공동위원회가 46년 3월과 47년에 각각 개최되었다.  미국과 소련은 신탁통치 기간 중에 실제적으로 통치를 담당할 임시정부 구성을 위해 미국은 모든 정치단체의 참여를 주장하였고, 소련은 신탁통치를 찬성한 단체들로만 임시정부를 구성할 것을 고집하였다. 이러한 임시정부 구성을 둘러싼 대립으로 2차례의 미, 소공동위원회는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되었다.   신탁통치 안은 우리의 역사와 민족의 역량을 무시한 것이었고, 또 우리민족이 염원하는 독립을 지연시키는 것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북한 군관의 교육내용 중에는‘우리 한반도 통일은 미, 소 공동위원회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남한의 이승만은 미국을 등에 업고 남한단독정부를 세우려는 음모에서 김구선생과 여운형 같은 통일을 바라는 세력을 제거하였고, 남한의 지주계급을 대표하는 한민당과 우리민족의 고혈을 빨아먹던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이 합세하여 애국청년과 선량한 인민을 학살한 사건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여수, 순천, 제주도 4.3사건이다. 우리애국동지들 수만 명이 희생된 이 사건들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여러분들이 앞장서서 원수 놈들을 처단해야 한다.’라고 하는 내용도 있었다.

▲ 인민재판 모습 ⓒ제주인뉴스

인민군계급에 대하여 적어본다. 북한군의 최고계급은 원수, 장령, 군관의 셋으로 구분되었다. 이 인민군 계급은 1952년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만들어졌는데 나는 이를 포로수용소에서 알게 되었다.

원수급은 대원수, 원수, 차수로 나누고 장령은 대장, 상장, 중장, 소장으로 나누는데, 남한군인 계급으로는 장성급에 속했다. 군관은 좌급 군관, 위급 군관으로 나누고, 다시 좌급 군관은 대좌, 상좌, 중좌, 소좌 등 네 계급으로 나누고, 위급 군관은 대위, 상위, 소위 세 계급으로 나누었다.

사병에 해당하는 하전사는 사관과 일반 병으로 나누어, 사관은 특무장, 상사, 중사, 하사 넷으로 구분하고 일반병은 상등병과 전사의 두 계급으로 나뉘었다.

나와 같이 인민군에 입대한 병사는 최하위 계급인 전사였다. 교육의 목적은 전쟁터에 나가서 총알받이로 싸우는 일이 아니고 게릴라전으로 남한에 내려가서 치안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고, 남조선에서 괴뢰도당과 싸워서 이기고 돌아온 동무들 여러분은 충성을 다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칭찬과 격려의 말도 하여 주는데, 이는 제주 4.3사건과 여수, 순천 반란사건은 북한이 믿는 공산주의 철학과 맞아 떨어진다는 뜻이다. 숙소와 훈련장은 1km 정도의 거리인데 행군을 할 때는 김일성 장군의 군가와 스탈린 대원수의 노래를 크게 하루에 몇 번씩 복창하면서 부르게 하였다.

김일성 장군노래는 아래와 같다.

1절
백두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오늘도 자유조선 꽃다발 우에
력력히 비쳐주는 거룩한 자욱

2절
만주벌 눈바람아 이야기하라
밀림의 긴긴 밤아 이야기하라
만고의 빨치산이 누구인가를
절세의 애국자가 누구인가를

3절
로동자 대중에겐 해방의 은인
민주의 새 조선엔 위대한 태양
이십개 정강우에 모두다 뭉쳐
북조선 방방곡곡 새봄이 오다

후렴
아 - ,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아 - ,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 장군
아 - , 그 이름도 천추만대 길이 빛낼
스탈린 대원수

김일성장군 군가와 천추만대 길이 빛낼 스탈린 대원수 군가를 부르면서 매일매일 행군을 하였다. 휴식시간에는 오락기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기도 하였다. 그러나 하루 종일 훈련을 받으면서 제일 긴장되는 것은 “자아비판”시간이었다. 자아비판 때는 교육받은 내용에서 자기가 느낀 것을 말하고 하루의 행동과 자기의 생각을 숨김없이 털어놓아야 한다. 만약 속이면 심한비판을 받고 처형을 당할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인민재판에 회부한다. 그날의 교육받은 내용은 공책에 쓰는데 이것을 교관에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다시 야간교육장으로 가서 밤12시까지 교육을 받고 그 후 숙소에 돌아오면 밤1시가 되고 이때가 되어야 취침을 한다. 야간훈련은 사격훈련, 포복, 철조망 통과 등을 하는데 사격장의 하얀 목표물을 향해 총을 쏘는데, 실탄과 총은 전쟁에 나가기 때문에 부족하고 수류탄은 빈껍데기 방망이수류탄이며 조교의 총으로 목표물을 향해 사격자세를 취하여 보이며 훈련을 한다.

이렇게 반복하는 낮과 밤의 교육을 30일간 받았다. 종합적 교육내용은 제식훈련, 사상과 정치교육, 인민군으로서 총을 쏠 수 있고 수류탄을 던질 수 있고 또한 제반무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내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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