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아까운 추가 구성...잘린 나무가지 등 정돈안돼”
“정도껏 손질해야 보존과 필요성, 가치의 중요성 알아”

▲ 숫모르숲길 ⓒ제주인뉴스

자연을 찾아 산책을 하고 탐방을 한다는 것은 곧 힐링과 사색을 포함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이 내어주는 공간과 구성을 통해 심신을 추스르고 가벼운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조건이 된다. 이러한 데는 더러 인위적인 요소가 부합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테면 진입로라든가 탐방로의 정비와 쉼터 등이 해당이 된다.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는 시설이나 구성 등은 때로 역효과가 되면서 자연을 훼손하는 구실을 할 경우도 있다. 모든 것은 적당한 것이 좋고 자연 탐방로를 만드는 과정 역시 여러 여건을 감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2009년에 개장을 한 한라생태숲은 자연과 인위적인 조화가 잘 어우러진 공간이다. 숲을 이룬 공간에 부분적으로 인위적인 식재를 통하여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터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환경으로 인하여 점차적으로 찾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고 산책을 통하여 자연과의 깊은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 숫모르숲길 ⓒ제주인뉴스

한라생태숲의 개장 이후 일대의 숯을 굽던 등성을 포함하는 산책로가 생겨났으며 이를 숫모르숲길이라고 한다. 또한 2012년에는 절물 자연휴양림 인근의 노루생태관찰로를 기점으로 하는 탐방로가 구성됐는데 셋개오리(견월악)를 경유하여 절물휴양림 내의 장생이숲길의 일부를 포함하는 코스로서 숫모르편백숲길이라 부른다.

개장 이후 지금까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찾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오름과 숲길을 병행하는 최고의 입지와 조건을 갖춘 코스이기에 이른바 명품 도보여행지로서 손색이 없다.

한편, 숫모르편백숲길을 출발한 후 셋개오리를 경유하여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가다가 또 다른 산책로를 만나게 된다. 진행에 있어서 선택의 코스이지만 올해(2016) 새롭게 구성을 한 곳이다. 족은개오리 기슭 아래에 숲을 이룬 편백나무들 사이로 추가적인 산책로를 만든 것이다. 기존의 탐방로를 지나는 자체로도 편백나무 숲과 삼나무 숲을 충분히 만나게 되지만 다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주변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도 만들어졌다. 명칭은 편백림 산책로라고 정해졌으며 제목과 관련하여 현장에 간단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 숫모르숲길 ⓒ제주인뉴스

물론 이곳만을 산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절물휴양림이나 거친오름(노루생태관찰로) 입구 또는 한라생태숲을 거쳐야 하는 곳이다. 특히나 이 일대는 깊은 숲을 이뤄 운치가 좋은 데다 송이길과 자연의 흙길 등으로 이뤄져 있어 느낌이 좋은 곳이다. 숲길과 도보여행지로서 비교적 잘 정비가 되었고 좋은 환경으로 자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시설을 한 셈이다.

기획과 더불어 시설을 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여러 생각과 고민이 있었겠지만 이는 시행착오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울타리는 항상 정도와 구분을 잘 해야 하고 환경의 입지와 변화의 요소도 생각을 하는 것이 맞다. 애써 우회를 하는 선택형의 추가적인 시설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셋개오리를 내려온 후 편백숲길을 지나면 족은개오리 기슭 아래를 지나게 된다. 숲이 울창하고 쭉쭉 뻗은 삼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차지한 곳도 포함이 된다. 이곳을 지나는 동안만큼은 자연림과 자연 그대로의 길을 걷는 과정이 이어지기 때문에 입지적인 조건이 참 좋은 편이다.

▲ 숫모르숲길 ⓒ제주인뉴스

이곳 옆으로는 족은개오리 기슭 아래로 이어지는 숲이 있으며 대부분 편백나무들이다. 일찍이 숫모르편백숲길이 개장되기 이전에는 일부 오르미들이 족은개오리를 오르기 위해서 이용을 했던 지점이기도 하다. 언제 누구에 의해서 기획이 되었는지 그 일부 지역에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편백숲을 싫어할 사람이야 없겠지만 부족함이 업는 주변인데 추가적으로 구성을 더 했다.

​​거리는 불과 400m 정도이며 출발 시 어느 방향으로 진입을 하더라도 원점으로 돌아 나오게 된다. 편백나무 아래로는 친환경 매트를 깔아서 산책로의 구분을 하였으며 바닥 층 보호를 겸하고 있다. 당연히 예산을 필요로 했을 테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구태여 예산을 쏟으면서까지 구성을 하는 게 맞았는지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자연보호를 위한 예산인지 훼손을 위해 쓰인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연 그대로의 기슭에 매트를 깐 것이 아니고 일부는 산 체를 파헤쳤다. 이 때문에 여기저기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도 눈에 띈다. 결국 자연보다는 인위적인 요소가 더 많이 작용을 한 셈이다. 훗날 자리를 잡고 나무들도 뿌리의 일부를 버리게 되겠지만 아무래도 안타까움이 우선이다.

▲ 숫모르숲길 ⓒ제주인뉴스
▲ 숫모르숲길 ⓒ제주인뉴스

공사를 하면서 잘린 나무와 가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난 때문에 퇴색을 한 채 버려진 모습이 확인된다. 이왕지사 한쪽에 모아두면 비오톱(겨우내 기간 동물들의 거처나 쉼터로 이용하는 나무 더미) 역할이라도 할 텐데 아쉽다. 편백숲을 따라 친환경 매트를 밟고 지나는 기분이야 당연히 좋겠지만 아무래도 허술한 면이 드러난다.

족은개오리(오름)로서는 큰 외상을 입은 꼴이다. 자신의 속살을 때어주고 인간들에게는 도움을 주게 되겠지만 아픈 상처를 지니게 되었다. 주변에 이렇다 할 분위기나 환경이 모자란다면 생각해 볼 문제이지만 이것은 과한 발상이다. 어리석은 실수이고 위대한 착각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한다면 결코 맞는 과정이 아닐 것이다.

얼마나 걷기 좋은 길인가. 얼마나 좋은 분위기이고 느낌이 좋은 곳인가. 하물며 주변을 더 훼손하며 추가적인 구성을 해야 맞는 것일까. 그런 예산이며 차라리 자연보호를 위하여 써야 한다.

봉개동 절물휴양림 일대는 이제 그만 그대로 관리와 보존을 해야 한다. 에코힐링과 피톤치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을 살려야 한다. 자연은 자연스러울 때가 자연미가 있는 만큼, 정도껏 손질을 해야 보존이 됨을 깨닫고 그 필요성과 가치의 중요성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 숫모르숲길 ⓒ제주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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