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그룹 회의’ 제주도에 내년부터 ‘탐방예약제 시행’ 권고
“사실상 ‘총량제’도입…25인, 한라산 몇 번 오르고 완주했나”

▲ 윗세오름 ⓒ제주인뉴스

제주도가 내년 하반기부터 한라산 전 코스와 성산일출봉을 대상으로 탐방예약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를 비롯하여 어리목과 영실, 돈내코 코스 등 전 구간이 포함이 된다. ‘제주자연 가치 보전과 관광문화 품격 향상을 위한 워킹그룹’은 지난 10일 첫 결과물을 이렇게 내놓았다.

지난 6월 도내외 전문가 25명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은 논의를 거쳐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탐방예약제 정책제안으로 권고한 바 있다.

탐방예약제는 양적 관광 위주의 정책으로 인한 자연훼손, 환경오염, 도로 정체 등의 사회적 비용이 유발되는데 따른 대안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고자 질적 관광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의 출발 단계라 할 수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의 발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탐방예약제 시행으로 도민사회의 이해관계인들이 명과 암이 존재하지만 지금이 바로 제주가 더 이상 싸구려 관광지가 아닌 진정으로 제주의 자연가치를 보전하고, 관광문화의 품격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 사라오름 ⓒ제주인뉴스

그러나 참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세계 자연유산 등재에 한몫을 한 일출봉은 제주 관광의 대명사라 할 만큼 명소로서의 가치가 있다. 영주(제주) 10경 중 제1경의 영광을 차지한 곳이면서 화산이나 지질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일찍이 제주도에 사설관광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필수 코스로 선택이 되었던 만큼 유명세를 치렀고, 100개가 넘는 뮤지엄이 생겨났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여행객들도 포함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일출봉을 오르는 루트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단 한 곳이다. 다만 이 일대가 급격한 변화가 이뤄진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지나친 변화와 발전은 자연 경관과 보전에 문제가 되지만 일출봉 자체는 이렇다 할 훼손이 없이 잘 보존된 상태이다.

이 일출봉이 사전 예약 탐방제로 바뀐다는 점은 의외이다. 산 체가 얌전히 잘 있고 탐방로 주변이 파손되지 않았을뿐더러 별 탈이 없는 상황인데 어떤 문제가 등극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특히나 이 일대를 거점으로 하는 상인들이나 주민들뿐만 아니라 숙박업소와 음식업 등을 하는 사람들과의 마찰도 문제가 될 것이다.

얼마 전 10월의 시작과 함께 한라산 등반 코스 중 관음사 코스를 재개방했다. 앞으로도 돈내코 코스를 비롯하여 어리목과 영실 코스를 개방한다고 발표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 윗세오름 대피소 ⓒ제주인뉴스

5개 코스의 개방이라면 파격적인 내용이다. 등반객으로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이미 몇 차례씩 코스별로 한라산을 탐방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여행객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럼에도 사전 탐방 예약제를 시행하는 이유는 뭘까. 싸구려 관광지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과 어떤 연계가 되는 것일까. 관광 문화의 품격 향상과 진정으로 제주의 자연 가치를 보전하자는데 따른 결정이 이런 이유와 관련이 될지 의문이다.

다섯 곳의 탐방 코스를 개방한다면 선택의 폭이 있는 만큼 분산 탐방으로 인하여 보전과 보존에 한몫을 하게 될 것이다. 선호도나 취향을 떠나서 갔던 코스를 다시 찾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구태여 사전 예약을 우선으로 한다는 발표를 한 것을 보면 참 씁쓸하게 느껴진다. 뭔가 앞뒤가 안 맞고 정책과 선정 과정 자체가 허술하게 생각된다.

불과 지난달까지 성판악 코스만을 개방한 상태였지만 이 코스의 보전에 별문제 가 없는 상태이다. 오가는 탐방로는 그대로 잘 있으며 오르내리는 등산객들 자연 훼손을 하는 일은 없다. 구상나무를 비롯한 자연 식생도 별 탈이 없으며 돌길과 데크도 그대로 잘 있다. 하물며 이제 다른 네 곳이 더 늘어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앞으로는 다른 곳들이 개방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판악 코스의 탐방객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오름들 중 사라오름은 한때 통제 구역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2010년에 재개방을 하였다. 탐방로 데크를 만들었고 이를 따라 정상 전망대까지 갈 수 있게 구성을 하였다. 물론 정해진 탐방로만을 이용하고 있으며 산 체의 다른 어느 쪽도 출입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별 탈이 없을뿐더러 자연 식생이나 환경 등 아무 이상 없으며 보존과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찾는 이들 역시 자연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훼손이나 파괴를 할 일이 없다. 좋은 본보기이다.

보전과 보존 그리고 보호. 비슷한 대목이지만 어느 맥락에서든 그 가치와 타당성은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과연 사전 예약제를 하는 것이 전부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정상으로 가는 과정에서 입산 시간제가 잘 지켜지고 있고 악천후 등로 인한 통제도 잘 따르고 있다. 탐방객들은 안전한 산행을 우선으로 함은 물론이고 자연을 보호할 줄도 잘 알고 있다. 한라산을 찾는 등산객들 모두가 자연 보호를 잘 알고 있고 그들이 바로 감시원이자 관리자이기도 하다.

도내외 25명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은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이라고 발표했다. “제주자연 가치 보전과 관광문화 품격 향상을 위한 워킹그룹”이다. 이러한 작품을 완성시킨 사람들이 대체 한라산을 얼마나 올랐고 현장의 환경과 실태를 얼마나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다섯 코스를 다 오르내린 사람은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다. 자연에 관한한 이론과 현실 차이는 백지 한 장이 아니고 철판 두께의 차이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규제나 철칙을 확정 짓기 위해서는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의견을 수렴했어야 한다. 수많은 산행 동아리가 존재하고 있고 한라산을 비롯하여 오가는 동안의 현장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다

일찍이 남벽 등 일부 정상 등반코스가 통제된 이후에도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는 개방했다. 영실이나 어리목 코스를 통하여 이용을 하는 등반객들의 숫자는 해가 지날수록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로 인한 큰 피해는 없는 상태이다. 자연과의 공존을 스스로가 다 잘 알고 있기에 탐방로만을 이용하는데다 훼손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성산일출봉 ⓒ제주인뉴스

오랜기간 통제로 인해 어느 정도 자연환경이 살아났기에 점차적으로 전 구간 개방을 발표했던 게 아닌가. 이런 과정과 현실을 직시하여 분산하도록 유도를 한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사전 예약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뭔가 안 맞아 보인다. 특히나 싸구려 관광이나 관광 문화의 품격 향상 등 어울리지 않는 대목들을 끄집어서 연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주도의 수장으로서 기획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 한 채 지나친 의욕을 앞세운 일부 행정가나 몇몇 이론가들의 방침이자 서투른 생각일 것이다.

제주의 오름을 도립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한 바가 있다. 이러한 방침은 일찍이 선거에 출마한 모 후보의 캠프에서 선거 공약으로 내놨었다는 사실이다. 입장료를 받고 출입을 시키는 방안을 포함했었는데 이후 흐지부지 사라진 상태이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나 타당성이 있는 일인지 참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다.

진정성과 현실성을 감안한다면 현재 한라산을 포함하는 자연적인 입지와 찾는 사람들의 심정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사전 예약 탐방을 한다고 해서 큰 불편함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나 앞서는 행정은 비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어처구니없는 진보보다는 터무니 있는 현실이 더 중요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탐방예약제 시행’를 시행함에 있어 좀 더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해야 하며 현실성 있게 보완과 대책을 수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뜻일 뿐이다. 자연을 싫어하고 보존을 기피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산 중턱에 집 짓는 거 좀 제제를 하고, 산기슭에 높은 건물이나 화려한 건축물 들어서는데 대한 규제를 하는 것을 우선 파악하고 정리하여야 한다. 특히 차이나머니의 기습과 강한 투자는 지금도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고 있음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전문성을 갖추신 도내외 워킹그룹 25인에게 묻고 싶다. 한라산을 몇 번 오르셨고 몇 코스로 완주를 하셨는지. 한라산과 일대의 자연환경을 진정으로 잘 알고 있는지를, 이 계획이 제주의 백년대계를 위한 일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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